독서일기(인물)

어니스트 섀글턴 자서전 south

자작나무의숲 2015. 11. 29. 15:18

1. 개괄

어니스트 섀글턴 자서전 <SOUTH>를 읽었다. 저자는 아일랜드 태생으로 4차례 남극 탐험을 하였고 1921년 네 번째 남극탐험 도중 심장마비로 사망하였다. 이 책은 1914년 8월 1일 남극대륙 횡단을 목표로 항해를 시작하였으나 거의 2년 동안 남극의 견고한 얼음 속에 갇혀 혹독한 시련을 극복하고 정해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사투를 벌였으나 목표는 달성하지 못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륙횡단팀을 웨들해까지 데려다주고 미지의 해안을 따라 탐험을 하기로 되어 있던 인듀어런스호는 침몰하였고, 로스 해 기지에 여섯 명의 대원을 내려놓을 예정이었던 오로라호는 표류한다.

 

2. 발췌

탐험가가 자신이 받은 도움에 대해 감사를 표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발견한 땅에 도움을 받은 사람의 이름을 붙여주는 것이다.

 

사람들은 의심할 바 없이 익숙한 환경을 좋아한다. 우리는 엄청나게 낮은 온도에서 오랫동안 익숙해 왔기 때문에 따뜻한 기온에 접하게 되자 더위보다는 오히려 오한을 느끼게 되었다.

 

우리는 과거에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낯선 세계로 들어온 이방인에 불과하였으며 이곳에서는 그 누구의 도움도 기대할 수 없었다. 우리의 생사는 우리의 노력이 얼마나 보잘 것 없으며 헛된 것인가를 보여주고 있는 거대한 대자연의 원초적 힘에 달려 있었다.

 

이제 나의 목표는 탐험대의 모든 대원들을 무사히 육지에 도달하도록 인도하는 것이다. 현재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글로 표현하기가 너무도 어려움을 느낀다. 선원에게 있어서 배는 바다에 떠 있는 점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인듀어런스 호에는 나의 모든 야망과 소망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대원들은 비록 전진 속도가 느릴지라도 그들이 육지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느끼는 것이, 한 곳에 주저앉아 얼음의 잔인한 공격에서 풀려나 북서쪽으로 보트를 타고 나아갈 수 있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할 것이다. 결국 우리는 움직이기로 했고, 결과는 이제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없다.

 

리더에게 있어서 고독은 피할 수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리더가 어렵게 결정한 사항에 대해 대원들이 확신을 가지고 따라주면 리더십을 발휘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인간은 애우 불충분한 수단을 가지고도 충분히 삶을 유지할 수 있다. 따라서 문명의 장식품들 같은 물건은 심각한 현실에 직면하게 되면 곧바로 버려질 수밖에 없다. 인간은 식량과 쉴 곳만 있다면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는 존재이며, 자신이 살아 있음을 입증하는 웃음도 다시 되찿을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그 부빙을 안식처로 삼은 순간부터 우리는 그 부빙이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 위를 떠도는 단순한 얼음조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이제 그동안 훌륭한 안식처 역할을 해주었던 부빙이 우리의 발 아래서 산산이 부서져 흩어져 내리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또 한번의 상실감과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외로움을 느끼게 되었다.

 

바다는 모든 사람들에게 입장을 허용하지만 누구에게도 관대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며, 특히 바다에 굴복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나 약해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무자비할 정도로 난폭한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는 어제 하루에 한 끼만 먹었다. 굶주리니까 더 추운 것 같다. 너무도 지독하고 비참한 시간이다.

 

저녁에 아름다운 달빛을 받으며 빙원 위에서 축구를 했다. 평상적인 일에서 벗어나 이와 같은 운동과 휴식은 우리에게 엄청난 활력을 가져다 주었다.

 

3. 소감

누구나 시련을 맞는다. 시련을 맞는 태도는 극복하거나 굴복하거나 둘 중의 하나다. 그런데 시련에 굴복하면 시련은 더 찾아온다. 시련을 극복하려 한다고 다 극복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시련을 극복하려고 할 때 인간은 살아 있다. 그러므로 시련은 오로지 극복의 대상이다.

 

                         2015. 11. 29.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