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학대받은 사람들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3. 11. 4. 22:42

1. 개괄

도스토옙스키가 1861년에 쓴 <학대받은 사람들>을 읽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자 화자인 바냐(이반 페트로비치)는 가난하고 병약한 작가로서 도스토옙스키와 공통점이 많다. 이야기의 소재는 서로 복잡하게 얽히고 불행한 두 가지 연애 사건이다. 나타샤는 사랑하는 알료사를 위해 부모 곁을 떠나지만 끝내 알로샤로부터 버림을 받는다. 발코프스키 공작은 공장 소유주의 딸을 유혹해서 그녀 아버지의 재산을 가로채고 딸아이와 그녀를 파리에 내버려두고 떠난다. 앞 사건의 알료샤는 뒷 사건의 발코프스키 공작의 아들이다. 알로샤는 경솔하고 철이 없어서 나타샤와 카차를 동시에 사랑하다가, 끝내  카차를 선택한다. 물론 그 과정에 아버지의 술수가 작용한다.

 

2. 발췌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이해가 가고 파악이 돼. 가장 시달림받고 보잘것없는 사람도 역시 사람이고 우리의 형제라는 사실 말이야.

 

저는 아버지에게서는 이런 말을 여태껏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했어요. 그리고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그 상류 사회 전체에서도요. 그들은 반대로 모든 것을 숨기려 하고 통제하려고만 해요. 그럼으로써 모두의 키나 코를 일정한 치수, 일정한 규격에 딱 맞추는 일에만 신경을 쓰죠. 그러나 그게 가능하기나 한가요!

 

그는 나를 사랑해요. 그 마음은 늘 변하지 않을 거에요. 하지만 그는 카차도 사랑해요. 시간이 지나면 나보다 카차를 더 사랑하게 될 거에요. 그 교활한 공작이 우물쭈물할 리 없어요.

 

혼자 있으면 외롭니? / 외롭지만 외롭지 않아요.

 

톨스토이의 어느 작품에 이런 장면이 있었죠. 두 신사가 편하게 부르기로 합의하기는 했는데 아무리 해도 잘 되지 않아서 결국 서로를 부르는 말을 피하게 되었다는 거에요.

 

나는 그를.......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사랑했어요. 이 세상에는 두 사람이 서로 대등한 사람으로서 사랑하는 경우도 없다고 봐요. .....카차라면 그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 거예요.

 

가난은 죄가 아니란다. 부자이면서 남을 괴롭히는 것이 죄란다.

 

가난하게 살거라, 넬리야. 내가 죽으면 누구의 말도 듣지 말고 아무에게도 가지 말아라. 가난해도 좋으니 혼자 살면서 일을 하렴. 일자리가 없으면 구걸을 할지언정 그들에게는 절대 가지 말아라.

 

예수 그리스도는 서로 사랑하고 죄를 용서하라고 하셨는데 왜 할아버지는 엄마를 용서하지 않으시냐고요.

 

3. 소감

번역자인 채수동 교수는 이 소설을 학대받고 상처받은 불행한 사람들에게 바치는 한 편의 애가이며, 도스토옙스키가 초기 작품과 결별하고 새로운 예술 경지로 들어가기 위해, 괴롭힘 당하는 사람들에 대한 자신의 눈물을 응집한 듯한 작품이라고 평했다. 도스토옙스키는 "통속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내면에서 사상을 숙성시킬 여유 없이 급하게 써내려갔기 때문이다"라고 평한 적이 있다. 나타샤의 애인이기도 하였던 화자는 나타샤로부터 결별을 통보받고도 여전히 나타샤 곁에 머물며 친구로 남는다. 마치 나타샤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소설을 쓰고 싶은 사람처럼.....

 

                    2013. 11. 4.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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