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폭풍의 언덕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3. 12. 2. 19:24

1. 개괄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을 읽었다. 1847년 출판된 그녀의 유일한 소설이었지만 당시에는 호평을 받지 못하였고, 그녀는 이듬해 30살의 나이로 사망하였다. 

영국 요크셔의 황지에 사는 두 집안의 3대에 걸친 내력이 히스클리프라는 악마적 정열을 가진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히스클리프가 양부의 딸인 캐서린을 사랑했으나 교육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녀에게서 버림을 받고 집을 나가고, 3년 후에 많은 돈을 벌어 돌아왔으나 캐서린은 이미 지주인 에드거 린튼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복수심을 품게 된 히스클리프는 린튼의 여동생 이사벨라를 유횩하여 결혼한 후 학대한다. 캐서린은 캐시라는 딸을 낳고 죽는다. 히스클리프는 자기의 아들 린튼과 캐서린의 딸인 캐시를 강제로 결혼시켜 린튼 가를 몰락시키려 한다. 끝내 히스클리프는 죽고 양부의 손자 헤어튼(힌들리의 아들)과 캐시가 결혼한다. 

이야기 대부분은 워더링 하이츠의 가정부인 넬리 딘이 영국 남부에서 온 신사에게 이야기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2. 발췌

내가 그(히스클리프)를 사랑하는 것은 잘 생겨서가 아니라 그가 나보다 더 나 자신이기 때문이야. 우리들의 영혼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든 그의 영혼과 내 영혼은 같은 것이야. 하지만 린튼은 전혀 달라. 마치 번갯불과 달빛, 불과 서리처럼 나와는 전혀 다른 것이야.

 

나라는 존재가 오로지 나 하나에게만 국한된다면 내게 살 보람이 있겠어?

 

히스클리프에 대한 내 사랑은 땅속에 묻힌 천년 묵은 바위처럼, 눈에 띄지는 않아도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야. 넬리, 내가 곧 히스클리프구. 그는 언제나 변함없이 내 맘속에 살아 있어.

 

사랑스러운 것! 그애를 차라리 하느님께 맡겨 내가 죽기 전에 땅에다 묻어주고 싶다네 / 지금 그대로의 아가씨를 하느님께 맡기세요

 

당신은 너무나 오랫동안 나 혼자서 죽음과 싸우도록 내버려 뒀기 때문에, 내게는 죽음만 보이고 또 느낄 따름이에요. 나도 꼭 죽은 것 같다구요!

 

날마다 노동과 거친 동물적 환희에 만족하면서 살던 그(헤어튼)가 드디어 캐서린을 만난 것이다. 그녀의 멸시로 수치심을 느끼고서 그녀로부터 호감을 사고 싶은 마음에서 공부를 하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바로 오분 전에 본 헤어튼의 모습은 실제 인물이 아니라 내가 젊었던 시절의 화신처럼 보였어...우선 녀석은 어찌나 캐서린을 닮았는지 두려울 만큼 그녀를 연상시키거든.

 

3. 소감

해설에 따르면 에밀리 브론테의 인생관은 선과 악의 일반적 대조를 배격하였다고 한다. 인생의 어떤 면은 선하고 다른 어떤 면은 악하다는 말은 곧 어떤 경험은 받아들이고 다른 어떤 경험은 거부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에밀리 보론테의 태도에 대한 본질적 특징은 모든 경험을 수용한 것이다. 에밀리 보론테의 견해는 부도덕적이 아니라 도덕을 초월한 것이다....그녀의 작품에 나타나는 갈등은 正과 邪의 갈등이 아니라 同과 異의 갈등이다.

 

소설을 읽고 나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히스클리프는 캐서린과 어린 시절을 같이 보냈고 어린 시절 내내 그녀를 사랑하였으므로, 그녀는 이미 히스클리프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었는데 그녀에게 버림받음으로써 자신에 대한 부정으로 이어졌고 캐서린이 사랑했던 사람들을 부정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유지할 수 있었다. 끝내는 캐서린의 모습을 닮고 자신의 성격을 닮은 헤어튼에게서 자신의 화신을 발견하고, 캐서린의 딸인 캐시와 사랑하는 것을 허용하는 것으로 자신의 삶을 마감할 수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