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소송에서 증거 제출 방법

자작나무의숲 2013. 1. 26. 11:44

1. 증거재판주의

진실은 여러 가지로 정의된다.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진실, 역사에 기록되는 진실 등등..그러나 재판에서 진실은

오로지 증거로 밝혀진 사실을 의미한다. 이것이 우리나라 법률이 정하고 있는 증거재판주의다. 그러나 실제로 재판을 하다 보면 판사에게 너무나 당연한 이 증거재판주의를 당사자가 납득하지 못하는 데서 불신이 싹튼다.

 

2. 잘못된 신념

어떤 당사자는 억울함을 호소하면 판사가 진실을 밝혀준다고 생각한다. 판사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증거를 찾아내야 한다고 믿는다. 그러기에 이런 당사자들은 억울함을 적은 준비서면만 되풀이 해서 낸다. 가까운 사람들이 작성한 탄원서, 진정서 제출도 이런 사람들이 즐겨쓰는 방법이다. 아마도 조선시대의 원님재판을 원하는 모양이다.

 

어떤 당사자는 상대방에게 무수한 질문을 하고, 증거 제출을 요구한다. 상대방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자기 말이 진실이라고 결론 맺는다. 그러나 소송은 대체로 자신에게 유리한 사항에 관하여 자신이 증거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고 그것에 실패하면 지게 되어 있다. 그런데 이런 원칙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예를 들면 돈을 빌린 것은 맞지만 다 갚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상대방 보고 입출금 내역을 적은 장부를 내 놓으라고 요구하는 데서 드러난다.

 

약자는 선하고 선한 사람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물론 약자가 선할 수도 있고 선한 사람이 거짓말을 안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판사가 알고 싶은 사항은 그 사람이 착하냐 악하냐, 평소 거짓말을 하냐 안 하냐가 아니라, 바로 이 사건에서 당사자가 주장하고 있는 사항에 관하여 증거가 있느냐이다.

 

3. 개선사항

가. 증거가치

증거란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는 자료를 말한다. 따라서 아무리 나쁜 사람도 부인할 수 없는 자료일수록 증거가치가 높다. 예를 들면 상대방이 작성한 계약서, 영수증 같은 서류가 가장 강력하다. 평소 거래를 할 때 서류를 작성하는 습관이 되어 있어야 한다. 

관공서, 은행과 같이 신빙성 있는 기관이 확인해준 내용도 증거가치가 높다. 이것은 법원에 사실조회신청을 하면 법원이 그런 기관에 공문을 보내 알아준다. 요즘은 디지털 세상이므로 많은 자료를 보관할 수 있고, 조작이 불가능한 디지털 자료도 증거가치가 높다. 예를 들면, cctv 화면, 핸드폰 통화 시간 및 지점 조회, 신용카드 결재 일시 및 장소 조회 같은 게 이에 해당한다. 다만 이런 자료들은 보존기간이 있으므로 빨리 신청해야 한다.

증인의 증언은 앞서 말한 증거들보다 증거가치가 낮지만, 게약 당시 입회한 증인이 있다면 그런 사람의 증언은 증거가치가 상대적으로 높다.

 

나. 증인신문 요령

증언을 내세울 때 모든 내용을 그 사람에게 확인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그 사람이 목격한 것 중심으로 30분 내에서 끝내는 것이 효과적이다. 당연히 증인신문을 하려면 그 사람에게 물어 볼 내용을 적고 증인에게 지급할 비용을 법원에 납부했다는 영수증을 첨부해서 증인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출석을 꺼리는 증인도 법원의 도움을 받아 불러낼 수 있다.

 

다. 말로 변론

요즘은 법정에서 당사자가에게 말할 기회를 많이 주는 편이다. 그때 판사에게 모든 것을 말하려고 하지 말고 가장 인상적인 것 한 두가지만 말하는 것이 좋다. 말하자면 프레임 효과를 노린다. 판사가 그 관점에서 사고하게 되고 그럴수록 증거를 제출할 경우 이해하는 폭과 깊이가 달라진다. 왜냐하면 판사는 하루에도 수십건의 사건을 처리한다. 그러니 모든 사건을 똑같이 이해할 수는 없고, 아무래도 인상적인 사건 위주로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세계은행이 기업환경의 관점에서 재판절차가 얼마나 빠르고 쉽고 공정한가를 잣대로 각국을 조사한 결과 대한민국이 세계2위로 발표되었는데, 이를 뒤집어보면 대한민국 판사들이 엄청 고생하고 있다는 말이다. 실례로 한국의 판사의 처리 건수는 독일 판사의 처리건수에 비하여 5배 이상 많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라. 서증번호

당사자가 증거서류를 제출할 경우 번호를 붙이게 되어 있는데 이를 사정번호라 합니다. 보통 원고는 갑1, 갑2 이런 순서로 매기고 피고는 을1, 을2 이런 순서로 매깁니다. 2심은 1심에서 낸 번호 다음 번호를 매겨야 됩니다. 그러나 판례 같은 것은 증거가 아니라 참고자료에 불과하므로 서증번호를 붙이면 안 됩니다. 잘 모르면 번호를 붙이지 않는 것이 잘못 붙이는 것보다 낫습니다.

 

마. 소송구조

물론 변호사의 도움을 받으면 훨씬 효과적으로 소송을 수행할 수 있다. 형편이 안 되는 사람은 소송구조 제도를 활용해보시기 바란다(자세한 내용은 이 블로그의 생활법률란 '변호사를 선임할 돈이 없을 때' 참조)

 

4. 사족

하늘이 알고 땅이 아는 진실이 법정의 진실이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것은 판사의 힘만으로 부족하다.

 

                 2013. 1. 26.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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