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법률

행정소송에서 유의할 점

자작나무의숲 2010. 12. 18. 20:26

행정재판을 맡은 지 2년이 다 되어가니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 법률가에게는 너무 명백한데, 국민들이 잘모르는 몇 가지 유의점을 정리해보았다.

 

1. 행정소송은 소송을 낼 수 있는 기한이 짧은 경우가 많다.

세금이나 이행강제금이 부과되었을 때 구제를 받으려면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그런데 행정소송은 소송을 낼 수 있는 기한이 짧다.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경우 행정처분을 안 날로부터 90일 내에 해야 한다(만일 행정처분 있음을 늦게 아는 바람에 행정처분이 있는 날로부터 1년이 지나버렸으면 행정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토지, 건물이 수용되어 보상금이 결정되었을 때는 결정문(수용재결서라고 한다)을 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지방토지수용위원회을 거쳐 이의신청을 하거나 6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이의신청에 대하여 중앙토지수용위원회로부터 결정이 난 경우에는 그 결정문을 받은 날부터 30일 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행정청에서 처분을 하면 거기에 언제까지 소송을 낼 수 있는지 적혀 있으므로 그것을 자세히 읽어봐도 된다.

 

다만, 행정처분의 무효확인을 구할 경우에는 기한의 제약이 없다. 여기서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경우와 행정처분의 무효를 구하는 경우를 어떻게 구분할지가 문제가 되는데, 간단하게 말하면 흠이 중대하고, 흠이 있는 것이 명백할 때는 무효사유고 나머지는 취소 사유로 보면 되는데, 무효사유는 매우 좁게 인정된다.

 

2. 행정심판을 먼저 거쳐야 하는 경우도 있다.

국세부과처분이나 공무원의 징계처분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려면 사전에 행정심판(소청심사)을 거쳐야 한다. 국세부과처분은 국세청 심사청구, 조세심판원 심판청구, 감사원 심사청구 중 하나를 거쳐야 한다. 행정심판도 원칙적으로 처분을 알게 된 날부터 90일 이내에 해야 하고, 공무원 징계처분의 경우 30일 이내에 소청심사를 거쳐야 한다.

 

지방세 부과처분 취소와 같이 사전에 행정심판을 거치지 않아도 되는 경우에도 행정심판을 먼저 청구해도 된다. 행정심판에서 구제가 안 되면 행정심판 결정문을 받은 날부터 다시 90일 이내에 행정소송을 제기하면 된다.

 

3. 관할 법원은 원칙적으로 처분청이 있는 법원이다.

행정소송은 원칙적으로 처분청이 있는 곳을 관할하는 행정법원에 해야 한다. 부산에 있는 행정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행정법원이 따로 없으므로, 부산지방법원에 소장을 내면 된다. 서울에 있는 행정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서울행정법원에 해야 한다.

 

4. 피고는 처분청이거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이다.

세금부과처분이나 국가유공자등록거부처분, 건축불허가처분과 같은 행정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은 해당 처분청(세무서장, 구청장, 지방보훈청장 등)을 피고로 삼으면 된다. 그러나 토지 보상금 증액을 구하는 경우에는 사업시행자를 피고로 삼아야 한다. 사업시행자는 국가이거나 부산광역시 또는 부산도시공사와 같은 단체이다. 행정소송에서는 피고를 잘못 잡아도 이를 고칠 수 있다(피고 경정신청).

 

5. 증거 필수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반드시 증거로 붙어야 할 것은 행정처분서다(납부고지서 등). 행정처분서는 행정소송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행정처분의 근거로 내세운 사실관계가 잘못되었다면 이를 입증하는 증거를 제출해야 하고, 행정처분의 근거로 내세운 법률이 잘못된 것이라면 이를 지적하는 서면을 제출하면 된다.

 

국가유공자 등록 사건의 경우 신체감정이나 진료기록 감정을 해야 할 경우가 많고, 토지 보상금 증액 사건의 경우 시가 감정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6. 위법성이란

행정처분이 위법하면 구제받을 수 있다. 행정소송에서 위법이란 대체로 2가지다. 하나는 법적 근거가 없는 경우이고, 하나는 법적 근거가 있으나 행정청의 재량권을 벗어난 경우다.

 

법적 근거가 없는 경우란 해당 처분을 할 권한이 없는 경우, 법령을 잘못 해석하여 처분을 한 경우 등이고, 법적 근거가 있으나 재량권을 벗어난 경우란 행정청이 그런 처분을 할 권한이 있지만, 여러 가지 사정상 당사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든지 형평에 어긋난다든지 하는 경우를 말한다. 재량권을 벗어난 경우는 원고가 증거를 제대로 내지 못하면 진다.

 

구체적으로 보면, 국가유공자 등록 사건의 경우 군복무와 해당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를 원고가 입증해야 한다. 대개는 신체감정을 하고 발병 과정을 아는 군동료의 증언이 필요하다. 입대 전 지병이 자연스럽게 진행된 경우라면 국가유공자가 될 수 없다. 지병이 군복무 때문에 자연적 경과 이상으로 악화된 경우라면 국가유공자가 될 수 있다. 아무래도 제대 후 시간이 많이 지나면 지날수록 소송에서 이기기 힘들다. 이 조건을 통과하더라도 본인에게 고의나 중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국가유공자가 될 수 없다.  

 

건축법상 위법건축물에 대한 이행강제금 같은 경우는 금액이 법령에 정해져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법원에서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구제받기는 어렵다.

 

7. 전문가의 도움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법률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훨씬 유리하다. 형편이 어려운 경우는 소송구조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국가유공자 등록 사건의 경우 법원에서 소송구조를 해주는 경우가 제법 있다. 재개발 재건축에 관하여는 부산지방법원이 발간한 <판사들이 들려주는 재개발 재건축 이야기>를 참조하면 도움이 된다. 부산지방법원 홈페이지에서 책 파일을 다운로드받을 수도 있다. 

 

행정청은 행정처분에 관하여 법원보다 더 많은 재량을 갖고 있다. 3권 분립의 헌법구조를 취하고 있는 이상 당연한 결과다. 행정청이 행정목적 달성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국민에게 억울함이 없는 처분을 해주실 것을 함께 빌어 본다.

 

                 2010. 12. 18.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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