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문)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2. 9. 15. 22:46

1. 개괄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었다. 저자는 <정의란 무엇인가>, <왜 도덕인가>라는 책을 통하여 국내에 널리 알려진 하버드대학교 정치철학 교수다. 시장이 인간 삶의 모든 면을 지배하게 된 현실을 분석하면서 시장이 결코 중립적인 장치가 아니라 재화의 특성을 변질시키는 힘을 가진 것임을 분석해보이고 있다.

 

2. 발췌

지난 30여 년 동안 발생한 가장 치명적인 변화는 탐욕의 증가가 아니었다. 그것은 바로 시장과 시장가치가 원래는 속하지 않았던 삶의 영역으로 팽창한 것이다.

 

그동안 빈부 격차가 커졌을 뿐만 아니라 모든 것의 상품화로 인해 돈이 더욱 중요해지면서 불평등 때문에 발생하는 고통이 깊어지고 있다.

 

삶 속에 나타나는 좋은 것은 상품화하면 변질되거나 저평가된다.

 

이렇듯 재화에 대한 가치판단이 배제된 태도가 시장논리의 핵심이며, 시장이 지닌 매력을 상당 부분 설명해준다.

 

부패했다는 비난의 이면에는 의회가 마땅히 추구해야 할 목적을 위배했다는 뜻이 담겨 있다. 국회의사당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대리 줄서기 산업은 로비 산업이 팽창한 현상이고, 이러한 의미에서 부패다.

 

부모들이 아이들을 늦게 데리러 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어린이집이 벌금제도를 도입했더니 실제로 아이들을 늦게 데리러 오는 경우가 더 늘어났다......예전에는 아이를 늦게 데리러 온 부모들은 교사들에게 불편을 끼쳤다고 생각하여 죄책감을 느꼈다. 하지만 이제 부모들은 늦게 데리러 오는 것이 자발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고 누릴 수 있는 서비스로 생각했다.

 

경제학은 단순히 도덕적으로 거래하지 않는다. 도덕은 우리가 세상을 움직이고 싶은 방식을 가리키고, 경제학은 세상이 실제로 작용하는 방식을 가리킨다(래빗과 더브너)

 

두 연구자들은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재정적 인센티브를 쓸 계획이라면 충분히 많이 지급하든지 아니면 전혀 지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티트무스는 바로 시장이 비시장규범을 몰아내는 효과를 지적한다. 혈액의 거래가 확산하면 혈액을 무료로 기증하는 관행이 감소된다.

 

대중에 대한 봉사가 더 이상 시민의 주요 임무가 아니고 시민들이 직접 봉사하는 대신 돈으로 봉사하려 한다면, 국가는 머지않아 멸명하고 만다(루소)

 

인기 있는 스포츠에서 가장 훌륭한 요소는 어김없이 실질적 민주주의다....경기장은 거대한 공공집회가 열리는 곳이고 우리 모두가 함께 모여 같이 열광할 수 있는 20세기의 마을 광장이다(프랭크 데포드)......하지만 스카이박스는 부자관중들이 일반대중에게서 자신을 분리할 수 있게 해주는 스포츠계의 외부인 출입제한지역......

 

어떤 대상이든 기업의 로고를 새기면 의미가 바뀐다. 시장은 흔적을 남기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평등을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시민에게 공동체적 생활을 공유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러면 배경 사회적 위치 태도 신념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매일 생활하며 서로 마주하고 부딪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서로의 차이를 견뎌내고 이를 놓고 협상하고 공공선에 관심을 쏟는 법을 배울 수 있다.

 

3. 소감

김선욱 교수의 해제에 따르면, 샌델의 입장은 한마디로 옳음에 대한 좋음의 우선성이라고 할 수 있다고 한다....옳음의 이념을 완성하려면 좋음의 관점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저자는 미국으로 이민하는 권리를 50만 달러에 팔 때와 같은 상황에서 시장 논리의 도덕적 한계를 지적하는데, 두 가지 근거를 제시한다. 하나는 공정한가하는 관점이고, 다른 하나는 부패행위가 아니냐 하는 관점이다. 여기서 부패란 뇌물이나 불법 거래 그 이상의 것을 의미하는데, 어떤 재화나 사회 관행을 부패시키는 행위는 그 평판을 깎아내리는 행위고, 가치를 합당한 수준보다 낮게 평가하는 행위다.

 

공동체의 가치들이 시장 논리로 대체되는 이 시대에 생각할 꺼리를 던져주는 책이다.

 

       2012. 9. 15.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