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괄
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을 읽었다. 이 책은 1500년대 이후 서양이 나머지 세계를 지배한 무기를 다음 6가지로 정리했다. 경쟁 장려 체제, 과학혁명, 법치주의와 대의제(재산권), 현대의학, 소비지향 사회, 프로테스탄드 직업윤리다. 21세기 첫 10년이 끝나갈 무렵 서양 패권역사 500년의 끄트머리를 통과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진단인데, 그 이유는 서양이 6가지 무기를 잃고 있는 반면, 중국을 비롯한 나머지 세계는 6가지 무기를 얻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2. 발췌
미 제국이 부상, 군림,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몰락에 대해 깊이 생각할수록 그들이 가진 권력의 중심에 세 가지 치명적인 결함이 있다는 사실이 더 명백해졌다. 바로 인적 자원의 부족, 관심부족, 무엇보다 재정적자였다.
콜링우드는 역사가 과학적 법칙과 전혀 다른 무언가, 한마디로 통찰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어원이 암시하듯 civilization, 문명은 도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늘날 많은 역사학자는 1500년대에 유라시아 대륙 동쪽 끝과 서쪽 끝 국가들 사이에 대단한 차이점은 거의 없었다고 의견을 모은다.
역설적으로 유럽인들은 스스로 분열함으로써 세상을 지배할 수 있었다. 유럽에서는 작은 것이 미덕이었다. 이는 곧 경쟁, 국가 사이의 경쟁뿐만 아니라 국가 내의 경쟁을 의미했으니까.
자세히 들여보다면 서양 군사 우수성의 기반은 전쟁과 정부의 합리성에 과학을 적용한 결과였다.
일찍이 교황의 권위에 도전했다가 여느 중세 이단자들과 마찬가지로 무자비하게 짓밟힌 얀 후스와 달리, 루터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인쇄기 덕분이었다.....그의 인쇄물은 단 몇 해 만에 독일 전역을 퍼져 나갔다.
1515년 술탄 셀림 1세는 인쇄기를 사용하다가 발각되면 사형에 처하는 법을 제정했다. 이슬람교와 과학적 진보를 조화시키지 못한 것은 재앙이었다.
민간의 평화는 견해의 다양성 속에 유지되고, 모든 사람과의 합의와 계약은 충실하게 이행되어야 한다.
북아메리카는 혁명 이후에 오히려 새 정착민들이 땅을 소유하기가 더 쉬어졌다.......라틴아메리카에서는 이런 일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교외에 광활한 토지를 소유하고 해안 도시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하는 집단들의 반대가 문제였다.
북아메리카가 남아메리카보다 잘 살게 된 단순한 이유는 다수에게 분배된 재산권과 민주주의를 핵심으로 하는 영국 정책 모델이 소수에게 부와 권력을 집중한 스페인 모델보다 효과가 뛰어났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도 전쟁이라는 괴물 자체는 언제나 철저히 통제되어야 한다. 따라서 클라우제비츠가 완벽한 전쟁이라고 한 것은 정치적 탁월함을 요구한다. 달리 말해 외교정책이라는 목적을 위해 전쟁이라는 수단이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전쟁론>의 진짜 메시지였다.
자본가들은 마르크스가 놓쳤던 부분을 이해하고 있었다. 바로 노동자가 곧 소비라는 사실이었다. 따라서 그들의 임금을 겨우 생계만 유지할 수 있을 정도로 낮추는 것은 이치에 닿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의 사례에서 명확히 알 수 있듯 자본가에게 그들의 고용인만큼 큰 잠재 시장은 없었다.
그들은 왜 체코슬로바키아 학생들이 원하는 대로 청바지와 로큰롤을 즐기게 놔두지 않은 것일까? 정답은 소비사회가 소련 체제 자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시장을 기반으로 한다.
지난 20년간 우리는 서양 문화의 중심에 종교, 기독교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것이 바로 서양이 그리도 강력한 이유다. 사회적 문화적 삶의 기독교적 윤리 기반이 자본주의의 출현과 그 후 민주정치로의 성공적 이행을 가능하게 했다.
문명이란 비대칭적으로 조직되어 상호작용하는 무수히 많은 요소로 이루어진 복잡계여서 그 조직은 이집트의 피라미드라기보다 나미브 사막의 흰개미 언덕에 가깝다.
문명은......예측 불가능한 기간 평정상태를 유지하다가 갑작스럽게 무너져버리는 것이다. 제국의 행로를 그린 콜의 말을 빌리면 완성에서 파괴로, 그리고 폐허로 가는 것은 순환의 과정이 아니라 아주 갑작스럽다.
3. 소감
이 책에서 한국이 많이 인용되고 있다. 서양의 핵심적인 성공공식이 한국에도 적용될 수 있을지 두고 볼일이다. 한국인의 DNA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지 아니한가? 역동적이고, 고난 속에 단결하고, 정이 많은 사회........
2012. 9. 11.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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