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물)

조지 오웰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2. 8. 6. 08:30

1. 개괄

고세훈 박사의 <조지 오웰 지식인에 관한 한 보고서>를 읽었다. 저자는 고려대학교 공공행정학부에 재직 중이다. 이 책은 조지 오웰(에릭 블레어의 필명)의 삶과 글쓰기를 추적한 보고서다. 조지 오웰은 소설, 에세이, 서평, 영화평론을 비롯하여 수많은 글쓰기를 하였는데, 소설 <동물농장>, <1984>이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졌다. 특히 <동물농장>은 스탈린이 통치한 소련의 현실사회주의를 비판한 책으로 주목받았는데, 당시 영국은 2차 세계대전 중이라 연합국의 일원이 된 스탈린에 대한 비판이 금기시되고 있었다.

 

2. 발췌

정치는 언어를 타락시켰고, 타락한 언어는 정치를 부패하게 만들었다. 오웰은 보통사람들의 품위가 사회 곳곳에 스며드는 세상을 꿈꾸웠다. 언어가 간결하고 명료하면 보통사람들이 정치적 논의로부터 배제되거나, 지도자들에 의해 쉽사리 속임을 당할 수 없으리라는 것이 그의 믿음이었다.

 

달리에 대한 오웰의 유명한 에세이는 "자서전은 수치스러운 무엇인가를 드러낼 때에만 신뢰할 수 있다"는 말로 시작한다.

 

스스로 원했다면 절대빈곤의 세계를 벗어날 수 있었을 테지만, 오웰은 밑바닥 삶이 주는 최악의 경험을 피하지 않았다. 훗날 그는 이러한 '내려감'의 체험을 하게 된 주된 동기가 버마 시절이 가져다준 엄청난 죄의식이었다고 고백한다.

 

조지 오웰이 보기에 사회주의의 본질은 정의와 자유에 대한 신뢰에 있었다. 그것은 보통사람들의 생래적 창조성과 품위가 발현되는, 완전히 민주적이고 완전히 분권화된 사회에서만 가능했다.

 

우리는 너무 문명화돼서 명확한 것들을 포착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진리는 지극히 단순하기 때문이다. 살아남기위해 싸워야 하고, 싸우기 위해 흙먼지를 뒤집어써야 한다는 것, 그것이 진리이다.

 

조지 오웰이 염두에 둔 사회주의도 평등 개념을 핵으로 하는 보통 사람의 사회주의, 곧 민주사회주의였다.

 

실은 세인트 시프리언스에서 자신의 트라우마 대부분이 형성됐고 한 사람의 일생은 어릴 때 경험을 들여다보지 않으면 이해할 수 없다고 고백한 이는 다름 아닌 오웰 자신이었다.

 

평등 없는 친밀성이야말로 버마에 대한 오웰의 양가적 감정-궁극적으로 죄의식으로 귀착될-을 설명해줄 안내자 같은 개념이다.

 

인간에 대한 모든 형태의 인간의 지배를 거부하고 억압받은 자들 속으로 직접 들어가는 것만이 압박자에 대항하는 첫 번째 길이었다......억압을 증오하려면 억압받는 자들을 알아야 했다. 그들과 동등해지는 것이야말로 삶을 위한 앎, 앎을 위한 삶의 첩경이었다.

 

<1984>의 원래 의도도 전체주의는 대항해서 싸우지 않는다면 도처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내가 두려운 것은 감옥이 아니라 감옥에서 며칠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직장을 잃는 것"이라고 말하는 한 유대인 푸주간 종업원의 말 속에서, 법의 권력이 줄고 자본의 권력이 상대적으로 커져가는 징후를 포착해낸다.

 

가난의 첫 번째 효과는 그것이 생각을 죽인다는 것이다. 무일푼이 된다고 돈에서 해방되는 것이 아니다......가망없는 돈의 노예가 된다.

 

오웰에 따르면, 가령 디킨스는 주변을 무지막지할 정도로 상세하게 그림으로써, 결국 원래 이야기를 그 구체적 세세삼 속에 묻어버리고 말았다.

 

오웰은 "경제적 불평등이 민주주의를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아예 못 박았다.

 

오웰은 평등은 불가피하게 자유를 부정한다는 개념을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의 사회주의에서는 평등과 우애가 넘칠수록 오히려 보통사람들을 위한 자유는 번성한다.

 

싸우다 지는 것과 싸움 없이 항복하는 것의 차이는 그저 명예의 문제가 아니었다. 오웰은, 히틀러를 인용하여, 항복하는 것은 국가의 영혼을 파괴한다고 보았다. 타협도 정지도 없었다.

 

오웰은 "자유란 상대방이 듣기 싫어하는 것을 말한 권리"라고 정의한 바 있다.

 

한 민족을 청산하는 첫 번째 단계는 그 기억을 지우는 것이다(역사가 휴블)

 

오웰은 미치광이와 맞설 때 비폭력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전체주의를 대적하려면 사활을 건 저항이 반드시 필요했다.

 

요컨대 오웰이 작가의 일차적 덕목으로서 줄곧 강조한 것은 예술적 고려가 아니라 도덕적 노력이었다.

 

간명하고 힘찬 언어를 쓰기 위해서는 담대하게 사고해야 하고 담대하게 사고하려면 정치적으로 정통적 입장을 취할 수 없다.

 

지각 있는 소설가라면, 세계과정에 섣불리 저항해 싸우거나 그것을 통제하는 체하는 일을 멈추고, 그저 그것을 받아들이며, 견뎌내며 기록하라는 것이다.

 

3. 소감

어느 사람을 온전히 이해하는 것은 힘들다. 조지 오웰은 현실 비판에는 능했지만 대안 제시에는 성공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2012. 8. 6.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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