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심리)

가끔은 제정신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2. 3. 10. 15:32

1. 개괄

허태균의 <가끔은 제정신>을 읽었다. 저자는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다. 이 책은 부제가 '우리는 늘 착각 속에 산다'인 데서 드러나듯 착각의 심리적 작용을 다룬다.

 

2. 발췌

가장 훌륭한 탐정의 표상인 셜록 홈즈. 그가 다른 사람들이 풀지 못한 수많은 미지의 사건들을 해결할 수 있었던 비결은 간단하다. 평범한 사람들이 전혀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사실을 알아낸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들이 믿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것들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착각은 실수처럼 느껴지지만 아무 때나 아무렇게나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착각할 여지가 있는 경우에만 착각을 한다.

 

내집단 편애란, 인간이 자신이 속한 집단을 실제보다 긍정적으로 평가하려 하거나 차별적으로 혜택을 주려는 강력한 동기를 말한다......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믿음이 곧 정체성이다. 심리학자 타이펠과 터너는 이런 정체성에는 자신이 속한 집단이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그 집단에 대한 평가는 곧 내가 어떤 사람으로 인식되는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착각을 즐긴다. 자신이 원하는 것과 일치하는 정보를 편안하게 느끼고 더 잘 받아들인다. 이러한 현상을 선택적 사고라 부른다.

 

이렇게 우리 사회가 상대적으로 많은 사람들을 비정상으로 간주하는 이유는, 모두 같아야 한다는 동질의식과 평등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심리학자들은 이러한 착각을 가용성 방략이라 말한다. 인간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판단을 내릴 때, 그 사건이 일어날 실제 확률보다는 관련 정보가 얼마나 쉽게 머릿속에 떠오르는지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는 가끔 자신이 어떤 일이 일어나도록 만든 것인지, 그렇게 될 것을 예언한 것인지 헷갈린다. 이러한 현상을 자기충족적 예언이라 한다.

 

사람에 대한 착각은 특히 위험하다. 그중 부정적인 착각은 더욱 나쁘다.....부정적인 착각은 아예 그 사람을 피하게 만든다. 그래서 자신의 착각이 원래 맞았는지 틀렸는지 확인할 기회 자체를 박탈해버린다.

 

실제로 없었던 성폭행을 마치 진짜 경험한 것처럼 착각하는 것이다. 이런 것을 거짓기억 증후군이라 부른다.

 

우리가 기억을 되살린다고 말하는 것은 대부분 착각이다. 대부분의 기억은 다시 되살려낼 때 재구성된다. 있었던 일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있었던 일이라고 믿는 몇 가지 사건들을 중심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다.

 

인지부조화 이론이 있다.......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사회적 상식에 맞게 합리화하려 든다. 만일 그렇게 적당한 합리화의 구실을 찾지 못하면, 우리는 자신의 태도를 바꿔서라도 합리화하려 든다. 물론 이런 모든 과정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날 수 있기에, 자신이 원래부터 그랬던 것처럼 착각할 때도 있다.

 

인간은 항상 일관성을 추구한다. 자신의 생각과 행동 사이에서도. 그래서 생각대로 행동하려 하지만, 때로는 행동대로 생각하기도 한다. 이때 이기적인 대부분의 인간들은 한 가지 원칙을 따른다. 무조건 쉬운 것을 바꾸는 것이다.

 

심리학자는 과합리화라 부른다. 우리는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는 명확한 원인이 외부에 있을 때, 다른 원인을 간과하고 그 하나의 원인만 과대지각한다. 특히 내적인 원인, 즉 마음속 태도나 동기, 성격의 영향을 과소평가한다.

 

존스와 니스벳이라는 사회심리학자는 대인관계에서 생기는 오해의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 행위자-관찰자 효과를 들었다. 어떤 행동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행동을 자신이 원해서라기보다는 어쩔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믿는 경향이 있지만, 그 행동을 바라보는 관찰자들은 원래 그런 사람이라서 또는 그걸 원했기 때문에 한 행동이었다고 믿게 되는 경향이 있다.

 

가질 것에 대해 고민하는 인간의 의식은 전체 정신능력의 25만 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머지는 버릴 것에 고민한다. 하지만 인간은 가질 것에만 집착한다. 이게 바로 선택의 착각이다.

 

심리학자 질렌버그와 그의 동료들의 후회이론에 따르면, 사람들은 기존에 갖고 있던 주식을 그대로 유지해 손실을 냈을 때보다, 원래 주식을 팔고 새로운 주식을 샀을 때 같은 손실이 나는 경우를 더 크게 후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우리는 항상 뭔가 바꾸는 것을, 새롭게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집단사고는 여러 사람이 모여 집단적으로 의사를 결정할 때, 다양하고 현실적인 방안과 가능성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결국 비합리적인 결정에 이르는 현상을 뜻한다.....이런 집단사고를 막는 가장 좋은 방법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의 의도를 의심하지 않는 것이다.

 

3. 소감

수긍이 가는 내용이 많았다.

 

                2012. 3. 10.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