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물)

리자 먼디의 <미셸 오바마 담대한 꿈>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0. 1. 3. 18:21

연초 3일의 휴가가 생겼다. 봉하마을 다녀오고 아들의 친구가 애국가를 부르는 농구장에 다녀 왔지만, 시간이 많이 남았다. 주문한 책을 다 읽어 심심해 하고 있던 차에 아내가 읽고 있던 리자 먼디의 <미셸 오바마 담대한 꿈>이 눈에 들어 왔다. 틈틈이 읽다 보니 내가 먼저 다 읽게 되었다.

 

저자는 워싱턴 포스턴의 현직 기자다. 이 책은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부인 미셸 오바마에 관한 이야기다.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열정'이라는 부제는 미셸 오바마의 삶을 요약하고 있다.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은 다음과 같다.

 

어린 소녀였던 미셸은 백인들의 이주를 보면서 '흑인들의 삶이 나아지는 곳에는 반드시 백인들의 반발이 있다'는 냉혹한 진실을 깨달았다.

 

어떤 마을로/내가 이사를 가면/사람들은 달아난다/움직일 수만 있으면/외국인까지도 모두/왜 그럴까?(랭스턴 휴즈)

 

인생은 공정하지 않다. 전혀 공정하지 않지. 언제나 정당한 대가를 얻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원하는 걸 얻으려면 열심히 노력해야 해. 물론 노력해도 잘 안 될 때가 있단다. 열심히 노력하고 좋은 일을 많이 해도 결과가 좋지 못할 수 있거든(미셀의 부모가 어린 미셸에게)

 

미셸이라는 사람의 특징이다. 어릴 때부터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는 것 말이다.

 

이곳의 학풍과 전통에 의거해 검둥이는 절대 입학전형을 통과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대해 어떤 의문도 제기하지 마십시오(1904년 프린스턴 대학 총장 우드로 윌슨)

 

'캘리포니아 대학 이사회 대 배키 소송'에서 미국 연방대법원은 5 대 4라는 근소한 차이로 배키의 주장에 손을 들어 주면서 신입생의 인종비율을 세부적으로 규정하는 제도는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실제로 대법원 판사 루이스 파월은 '배키' 소송 판결문에 "자기와 비슷한 사람에게만 둘러싸여 있으면 많은 것을 배우지 못한다"고 썼다.......프린스턴 대학 학생들의 입장에서 '서로가 서로를 교육하는 과정'은 그 이론을 창안한 사람들이 머릿속으로 생각한 것보다 훨씬 어려웠다.

 

프레이저 로빈슨은 '경이로운 아버지'였다.

"본보기라는 말로도 모자라지요. 그저 저 높은 곳에서 타오르는 횃불이었어요. 그는 아이들을 자랑스러워했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기쁘게 하는 일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했는지 몰라요.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들이 갈 길을 인도하는 등대였습니다."

 

"미셸은 '무릇 많이 받은 자에게 많이 요구할 것이다'라는 성경 구절을 알고 있었을 겁니다. 받은 만큼 돌려줘야 한다는 개념이죠"

 

미셸이 로스쿨(하버드)에 지원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부모의 압력 때문이 아니었다. 오히려 법이 변화를 촉진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에서 로스쿨에 마음이 끌리는 듯 했다. 

 

제가 미셸을 높이 사는 이유는 여러 가지입니다. 다른 사람의 감정을 헤아릴 줄 알고, 의리가 있고, 인간에 대한 믿음이 있지요. 여기다 한 가지를 덧붙이자면 절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란 겁니다(브라주엘).

 

비판 법학에서는 법률이 사회변화의 도구가 되지 못하고, 부유층과 권력자가 빈곤층과 소수자를 지배하는 체제를 영속화하면서 현상 유지에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쿠오의 의견에 따르면 하버드 대학 전반에 퍼져 있던 가장 강력한 이데올로기는 바로 이데올로기를 가져서는 안 된다는 압박이었다.

 

우린 하버드라는 일류 학교에서 교육받는 특권을 누린 사람이들이잖아요. 하버드는 우리에게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주었지요. 그런 만큼 우리는 졸업한 후 단순히 큰 회사에 들어가서 돈을 많이 버는 것 외에 우리가 얻은 지식으로 뭔가를 해야 할 책임이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토버트)

 

칼슨은 끈끈하기로 유명한 프린스턴(미셸의 모교) 인맥의 가장 큰 장점은 젊은 후배들이 성공적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밀어줄 수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저와 버락에게는 최선을 다하고 옳을 일을 하려 한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우리 동네를 바라보다가 문득 깨달은 겁니다. 내가 얻은 지식으로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열정을 가지고 일하고 싶었습니다.

 

백인 밴호사 저드슨 마이너의 말에 따르면 워싱턴은 재직하면서 기초적인 교훈을 하나 남겼다. '흑인도 시카고를 통치할 수 있고, 흑인이 통치해도 망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명백하게 알게 된 것이었다.

 

내가 로스쿨에 온 이유는 그게 아냐. 대법원 서기(로클럭) 자리에서 세상을 변화시킬 순 없잖아(버락 오바마)

 

시카고에서는 인종보다 계층이 경계선 구실을 한다고 캐츠는 생각했다.

 

버락의 성격처럼 그녀가 바꿀 수 없는 것은 그냥 받아들이되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꿀 요량이었다.

 

언젠가 미셸은 자신이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어두운 길을 모두 걸어본다'고 말했다.

 

저는 우리가 선거운동에 참여함으로써 미국과 세계가 '흑인'이라는 말의 의미를 다른 시각으로 보게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버락의 눈은 항상 높은 하늘을 향합니다. 하지만 아내인 제가 장담하건대 그에게는 가족이 있기 때문에 두 다리로 땅을 확고히 디딜 수 있습니다.

 

성인이 된 후 처음으로 조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단순히 버락이 표를 많이 얻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변화를 갈망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미셸 오바마).

 

사랑이 자부심보다 먼저입니다.....부모들이 자식을 사랑한다고 해서 언제나 자식을 자랑스러워하는 것은 아니다.(제시 잭슨 목사가 논란에 빠진 미셸 오바마의 위 발언을 옹호하며)

 

이 책을 읽다보면 세계에서 가장 선진적인 국가라는 미국에도 후진적인 부분이 제법 있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후진국과 차이가 나는 것은 후진적인 부분을 바꾸려는 열정이 있고 이를 가리켜 아름답다고 평가하는 여론이 있다는 점이다. 어쩌면 담대한 꿈은 버락 오바마의 것이 아니라 미셸 오바마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세상을 바꾸는 아름다운 열정에 경의를 표하면서 일독을 권한다.

 

                2010. 1. 3.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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