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물)

조정래의 '황홀한 글감옥'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9. 10. 27. 19:51

조정래 선생의 '황홀한 글감옥'을 읽었다. 부제 '조정래 작가 생활 사십년 자전 에세이'가 말해주듯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의 독자들에게 작가의 생각과 삶을 들려주는 내용이다. 독자들이 작가에게 묻고 작가가 이에 답하는 형식으로 꾸며져 있다.

 

이 책에서 인상 깊게 읽을 구절은 다음과 같다.

 

소설은 인간에 대한 총체적 탐구다.

 

작가는 인류의 스승이며, 그 시대의 산소다.

 

언제나 모든 독자를 만족시킬 수는 없다. 아니, 일부 독자도 언제나 만족시킬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가끔은 일부 독자라도 만족시키려고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다(셰익스피어).

 

소설가의 산소 역할의 산소는 무엇일까. 그건 진실입니다.

 

모든 비인간적 불의에 저항하고, 올바른 인간의 길을 옹호해야 하는 작가는 오로지 진실만을 말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릴케는 자신의 시가 굶주려 죽어가는 소녀에게 주어야 할 한 조각 빵만도 못한 것을 탄식했고, 카뮈는 자신이 내세우는 실존주의가 몽마르트 비탈길에서 얼어 죽어가는 노숙자를 살릴 담요 한 장만도 못하다는 것에 신음했습니다.

 

진실을 위해서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하다(칸트).

 

진실한 삶이란 생사를 건 싸움 끝에 가능하다(헤겔).

 

작가가 돈에 작품을 파는 것은 창녀가 몸을 파는 것보다 더 더러운 짓이다(톨스토이).

 

감동은 모든 예술작품의 생명성이며, 예술성의 척도이며, 예술의 존재 이유입니다.

 

천하에 가장 천해서 의지할 데 없는 것도 백성이요, 천하에 가장 높아서 신과 같은 것도 백성이다(정약용).

 

상은 주는 것이 아니라 뺏는 것이다(소설가 손소희).

 

작가는 여든의 나이에도 소년의 마음을 지녀야 한다(괴테).

 

1980년대를 산 사람치고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중 한 권을 안 읽은 사람이 있을까?

밤새워 태백산맥을 읽으면서 느꼈던 감동, 슬픔, 분노를 다시금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에서 직접 말하지 못했던 작가의 생각, 글감옥이라고 했을 정도로 치열했던 작가의 삶, 부인 김초혜 시인과 나눈 사랑이야기를 읽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대하소설의 작가에 가려진 작가의 유머감각에 깜짝 놀랄지도 모르겠다. 작가가 되고 싶은 분들과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을 읽었던 독자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2009. 10. 27.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