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물)

링컨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0. 9. 12. 15:11

프레드 캐플런이 쓴 <링컨>을 읽었다. 저자는 퀸즈 컬리지와 뉴욕 시립 대학 대학원의 명예교수다. 이 책은 링컨의 전기라고 볼 수 있는데, 링컨의 언어를 중심으로 그의 일생을 기록했다는 점이 특색이다. 

 

그가 휘그당 당원이었다가 1856년 5월에 신생 정당 공화당에 입당하였고 결국 1861년 공화당 후보로 대통령이 되었다는 점, 링컨이 일리노이 주에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했는데, 변호사 자격을 인정해준 연방 대법원 판사 2명이 그에게 아무 질문도 하지 않았고, 그는 어떤 시험도 통과할 필요가 없었고, 자격증을 받기 위해 필요한 단 한가지는 지원자의 뛰어난 도덕성을 증명하는 카운티 법정 증명서 뿐이었다는 점을 알게 된 것도 이 책을 읽은 수확이다. 그가 초등학교를 졸업했고, 예수의 신성을 믿지 아니 하였으며, 경력이라고는 주의원 수회, 연방 하원의원 1회밖에 없었다는 점도 다시 확인하였다. 음미해 볼 만한 구절은 다음과 같다.

 

친구인 조지프 걸레스피는 "그는 증명하거나 논증할 수 없는 견해는 큰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맨스필드 경은 1770년 영국 의회에서 "진정한 자유는.......모든 사람들에게 정의가 공평하게 주어질 때에만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고

 

셰익스피어는 야먕이 지나치면 반드시 몰락하는 법이라고 가르쳐주었다.

 

정확하고 간결하며 평이한 언어 사용은 링컨 특유의 문체가 되었다.

 

번스는 보통 사람이 도덕적으로 우월하다고까지 주장하지는 않지만 그들의 타고난 가치를 강조했고, 보통 사람들이 가난하다고 해서 왕과 평등하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링컨은 번스의 사상에서 자신의 삶을 보았다. 번스의 시에서는 정치적 정통성과 도덕적 권위가 피통치자의 동의로부터 나오며 권력자들은 오두막집에 사는 가장 보잘 것 없는 사람보다 인간으로서 더 우월하지 않다. 

 

링컨은 가장 심오하고 뛰어난 유머는 인간적이라고 이해했다.

 

합리주의자이자 회의론자였던 링컨은 예수의 신성, 회개, 부활 혹은 영혼의 불멸성을 믿지 않았고 그후로도 줄곧 마찬가지였다.

 

링컨은 내세를 믿지 않고 숙명론적인 감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바이런과 무척 비슷했다.

 

산꼭대기에 오른 자는 발견하리라

가장 높이 솟은 봉우리는 가장 단단히 구름과 눈에 휩싸여 있음을.

인류를 능가하거나 정복한 자는

저 아래 사람들의 증오를 굽어보아야 한다(바이런의 시 일부)

 

원고 없이 연설을 할 때는 글을 외워서 연설을 하며 즉흥 연설이라는 환상을 만들어냈다.

 

가장 효과적인 말과 글은 설교를 피하고 침착하게 설득하며 우월한 웅변 능력이 아니라 진실하고 간결한 표현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클레이가 연설에서 전례를 인용하자 칼훈은 '전례에 따라서 입법하는 것은 어제의 실수를 오늘의 법률로 만드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라고 대댭했지요

 

언어가 가진 힘은 글쓰기라는 기적을 만날 때 무한히 증대된다.

 

가정에서 일어나는 일에는 틀림없이

진정한 사랑에 반대되는 것이 있다.

.......

생각해보라, 라우라가 페트라르카의 아내였다면

그가 평생 그녀를 위해 소네트를 썼겠는가?(바이런 시 일부)

 

링컨은 행정부의 권력이 헌법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언어를 얼마나 투명하고 정직하게 사용하느냐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워싱턴 측에서 보상을 한층 높여 주지사 자리를 제안했을 때도 그는 간단히 거절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간결함에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삶이란 힘을 좇는 여정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세상에 흠뻑 스며든 요소입니다. 모든 틈새마다 힘이 스며들어 있으며 정직하게 추구하여 보상받지 못하는 일은 없습니다(에머슨)

 

에머슨과 마찬가지로 링컨의 궁극적인 자신감은 언어로 본인과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형성하는 힘에 있었다.

 

링컨은 정부의 필수적인 기능이 두 가지 있다고 주장한다. 바로 국민 전체를 위해서 국민 개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과 "인간의 불평등"을 필수적인 특징으로 가지고 있는 사회에서 정의를 집행하는 것이다.

 

"노예제도가 무척 좋은 것임을 증명하려는 책이 아무리 많이 나와도 스스로 노예가 되어서 노예제도의 좋은 점을 얻으려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다."

 

"저는 점진적인 해방을 채택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노예제도를 궁극적으로 없애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실현시키기 위한 계획에 국가의 재정을 투입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선택할 수 있는 합리적 무기는 설득밖에 없다.

 

"근 80년 전에 우리는 모든 인간은 평등하게 태어났다고 선언하면서 이 나라를 세웠습니다. 그러나 그 선언에서 시작한 우리는 다른 선언 즉, 어떤 인간이 다른 인간을 노예로 삼는 것이 '신성한 자치권'이라는 주장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두 가지 주장은 양립할 수 없으며 하느님과 마몬만큼이나 정반대입니다."

 

"저는 이 나라가 반은 노예, 반은 자유인 상태로 영원히 나아갈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링컨은 말이 과거에도 필수 불가결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산물은 글이라고 강조했다.

 

"가장 고귀한 도덕적 교양을 가진 사람조차 온갖 추상적인 원칙에도 불구하고 아는 사람을 모르는 사람보다 훨씬 더 좋아합니다. 문명의 고귀한 기능 중 하나는 국가적 차원에서든 개인적 차원에서든 이방인들에게 공감을 느끼지 못하거나 뚜렷한 적대감을 느끼기 때문에 생겨나는 크고 작은 악을 고치는 것입니다."

 

"옳은 것은 힘이 세다는 믿음을 가지고 그 믿음 안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의 의무를 끝까지 용감하게 지킵시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곧 정직하게 쓴다는 의미였다.

 

"저는 전능하신 분이 마음대로 쓰실 보잘것없는 도구, 그분이 선택하신 것이나 다름없는 우리 국민들의 도구가 되어 그 위대한 싸움의 목적이 영원히 유지되도록 지킬 수만 있다면 더없이 기쁠 것"

 

"이 싸움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목표는 연방을 구하는 것이지 노예제도를 유지하거나 폐지하는 것이 아닙니다"

 

위인전에 익숙한 사람들이 읽으면 다소 싱거울지 모르지만, 링컨의 언어 속에서 링컨의 삶을 바라볼 수 있는 의미있는 책이다. 링컨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까지 자세하게 기록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일독을 권한다.

 

          2010. 9. 12.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