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추천)

노자의 '도덕경'을 다시 읽다.

자작나무의숲 2008. 2. 3. 19:41

친구로부터 노자의 도덕경을 선물받아 며칠에 걸쳐 읽었다. 1983년 대학교 1학년 때 처음 도덕경을 읽었는데 많은 위안을 얻었던 기억이 난다. 많은 이가 독재타도를 외치며 잡혀가고 심지어 자살로 진리를 말하는 상황에서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내게 無爲의 도를 말하는 노자는 많은 위안을 주었다. 물론 내가 읽었던 도덕경이 노자의 사상과 달랐는지는 모르지만, 노자의 도덕경에는 이런 함정이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선 노자는 도가 무엇인가? 덕이 무엇인가를 명료하게 말하지 아니한다. 오히려 도라고 할 수 있는 도는 도가 아니라고 함으로써 더욱 이해를 어렵게 한다. 그가 말하는 무위는 有爲의 반대인가? 有爲의 한계를 말하는가? 도덕경은 기원전 6세기 춘추전국시대를 살았던 노자가 남긴 글로서 때로는 隱者의 사상으로,  때로는 도인의 사상으로 평가되어 왔지만, 그의 사상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다만, 톨스토이도 노자의 도덕경을 읽고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의 여러 군데에서 인용했듯이, 동서고금을 통틀어 많은 이에게 영향을 준 것만큼은 틀림없다.

 

노자의 무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공자의 사상과 연관지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공자의 인의예지를 인위라고 보고 이를 초월한 자연상태를 강조한 것이 노자의 무위가 아닌가 짐작해본다. 이 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가장 훌륭한 것은 물처럼 되는 것입니다. 물은 온갖 것을 위해 섬길 뿐, 그것들과 겨루는 일이 없고 모두가 싫어하는 낮은 곳을 향하여 흐를 뿐입니다. 그러기에 물은 도에 가장 가까운 것입니다.

 

흙을 빚어 그릇을 만드는데 그 가운데 아무 것도 없음 때문에 그릇의 쓸모가 생겨납니다.

 

가장 훌륭한 지도자는 사람들에게 그 존재 정도만 알려진 지도자......

지도자가 할 일을 다하여 모든 일 잘 이루어지면 사람들은 말할 것입니다.

" 이 모두가 우리에게 저절로 된 것이라"고

 

말을 별로 하지 않는 것이 자연입니다. 회오리 바람도 아침 내내 불 수 없고, 소낙비도 하루 종일 내릴 수 없습니다.

 

발끝으로 서는 사람은 단단히 설 수 없고, 다리를 너무 벌리는 사람은 걸을 수 없습니다.

 

다듬지 않은 통나무가 마름질을 당하면 이름이 생깁니다. 이름이 생기면 멈출 줄도 알아야 합니다. 멈출 줄을 알면 위태롭지는 않습니다.

 

남을 아는 것이 지혜라면, 자기를 아는 것은 밝음입니다. 남을 이김이 힘있음이라면, 자기를 이김은 정말로 강함입니다.

 

부드럽고 약한 것이 굳세고 강한 것을 이깁니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부끄러움을 당하지 않고, 그칠 줄 아는 사람은 위태로움을 당하지 않습니다.

 

사람을 지도하고 하늘을 섬기는 일에 검약하는 일보다 좋은 것은 없습니다. 검약하는 일은 일찌감치 도를 따르는 일입니다.

 

큰 나라를 다스리는 것은 작은 생선을 조리는 것과 같습니다.

 

어려운 일을 하려면 그것이 쉬울 때 해야 하고, 큰 일을 하려면 그것이 작을 때 해야 합니다.

 

겨루지 않기에 세상이 그와 더불어 겨루지 못합니다.

 

내게 세 가지 보물이 있어 이를 지니고 보존합니다. 첫째는 자애, 둘째는 검약, 셋째는 '세상에  앞서려 하지 않음'입니다.

 

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 것이 가장 훌륭합니다. 알지 못하면서도 안다고 하는 것은 병입니다.

 

사람이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으면 단단하고 강해집니다.

 

믿음직스러운 말은 아름답지 못하고, 아름다운 말은 믿음직스럽지 못합니다. 

 

캐나다 리자이나 대학교 종교학과 오강남 교수가 번역한 책을 읽었는데, 1995년에 발간된 이래 26쇄가 발행되었을 만큼  쉽고, 이해하기 쉽게 번역되어 있다. 일독을 권한다.

 

           2008. 2. 3. 부산에서 자작나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