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추천)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시골의사'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7. 11. 26. 22:05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 시골의사'를 읽었다. 민음사에서 세계문학전집 시리즈 중 4번째로 펴낸 책으로 서울대 전영애 교수가 번역하였다. 이 책에는 변신, 시골의사를 포함하여 판결, 학술원에의 보고, 굴, 황제의 전갈, 집으로 가는 길 같은 중편, 단편이 실려 있다.

 

카프카는 1883년 프라하에서 태어났고, 프라하의 독일계 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근로자 사고 보험국에서 14년 정도 근무하였다. 네 차례에 약혼 또는 동거를 하나 결혼에까지 이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는 34살 때 폐결핵 진단을 받았고 41번째 생일을 한 달 앞두고 사망했다.  

 

카프카의 소설은 어렵다. 우선 '변신'에서 주인공 그레고레 잠자는 어느 날 갑자기 흉측한 해충으로 변신한다. 누이동생은 그의 변신을 즉각 알아채고 그를 보호하려고 애써나 나중에는 '그게 유일한 방법이에요. 아버지. 이게 오빠라는 생각을 버리셔야 해요. 우리가 이렇게 오래 그렇게 믿었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진짜 불행이에요. 그런데 도대체 이게 어떻게 오빠일 수가 있지요'라고 말할 정도로 지친다. 주인공 그레고레는 가족들에게 이야기를 건네나 가족들은 해충으로 변신한 주인공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 결국 주인공이 변신한 해충은 아버지가 던진 사과를 등에 맞고 스러져 간다. 아버지와 어머니, 누이동생은 전차를 타고 교외로 나가 집을 한번 바꾸기로 의논한다. 아마도 작가는 인간관계의 단절을 이야기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시골의사'는  거세 눈보라가 몰아치는 어느 날 公醫로 근무하는 주인공이 어렵게 구한 말을 타고 어린 환자의 집에 왕진을 간다. 환자 식구들과 촌로들이 와서 의사의 옷을 벗긴 채 환자의 방에 두고 나간다. 의사는 '불쌍한 아이야. 너를 도울 길이 없구나. 나는 너의 큰 상처를 찾아내었다. 네 옆구리의 이 꽃으로 말미암아 너는 죽을 것이다'며 넋두리를 할 뿐 특별한 치료를 하지 못하고, 오히려 자신의 구원을 생각한다. 시골의사는 서둘러 옷을 입고 귀가한다. 아마도 작가는 인간이 인간을 구원할 수 없는 어떤 절망감을 표현한 것 같다.

 

'학술원에의 보고', '굴' 같은 작품에는 출구를 찾기 위한 노력, 출구 없는 절망적 상황이 그려져 있다.

 

카프카의 소설은 어렵다. 다만, 어쩐지 슬프고 절망스럽고 꿈꾸는 듯한 카프카의 삶과 욕망을 느낄 수 있을지 모른다.

 

     2007. 11. 26. 부산에서 문형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