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추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7. 11. 13. 20:56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었다. 괴테가 25살 때 쓴 소설인데, 약혼자가 있었던 샤로테 부프를 사랑하였지만 이룰 수 없는 사랑에 절망한 나머지 귀향한 자신의 경험과, 남편이 있는 부인에게 연정을 품었다가 자살한 친구의 경험이 모티브가 되었고, 소설을 쓰기 시작한 지 14주만에 완성하였다고 한다.

 

이 책은 주인공 베르테르가 친구 빌헴름에게 편지를 쓰고 중간 중간에 편자가 설명을 덧붙이는 형식을 취하였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베르테르는 마차를 타고 무도회 가는 길에서 로테를 처음 본 순간부터 사랑하게 되고 그 주변에 머무르고 싶어하나, 그녀 곁에는 돌아가신 어머니가 정해준 약혼자 알베르트가 있다. 베르테르는 로테 곁을 떠나보기도 하지만, 이내 로테 곁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베르테르는 날이 갈수록 로테에 대한 사랑이 크고 깊어 가는데, 로테는 내심 베르테르를 사랑하지만 남편 알베르트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친구 사이로 남기를 원한다. 어느날 밤 베르테르는 로테가 원하는 간격을 어기고 알베르트가 없는 사이에 로테에게 억지로 키스를 하고 로테로부터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는 말을 듣는다. 베르테르는 로테 앞으로 편지를 남기고 알베르트로부터 빌린 권총으로 자살한다.

 

인상 깊었던 대목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종이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없는 것일까? 그리고 그대의 영혼이 무한한 신의 거울인 것처럼, 종이를 그대 영혼의 거울로 삼을 수는 없을까?

 

사람들은 대개 오로지 생계를 위해서 대부분의 시간을 소비하다가 약간 남아 돌아가는 자유 시간이라도 생기면,도리어 마음이 불안해져서 거기서 벗어나려고 온갖 수단을 다 쓴단 말이다. 아아, 이것도 인간의 운명이라고 할 것인가!

 

그러나 오해를 받는 것은 우리 인간의 피치 못할 운명이 아닌가.

 

스스로의 정열이나 욕구에서 나온 것도 아니면서, 다른 사람을 위해서 돈이나 명예를 얻으려고, 그 밖에 다른 목적으로 악착같이 일하는 사람이야말로 언제나 천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세상에서 <이것이 아니면 저것>이라는 소위 양자 택일의 방식으로 처리되는 일은 아주 드물다. 매부리코와 납작코 사이에도 수많은 단계가 있는 것처럼, 인간의 감정이나 행동에도 가지가지 음영이 있는 법이다.

 

자네는 병세가 서서히 악화되는 진행성 질병에 걸려 목숨이 끊임없이 좀먹어 들어가는 불행한 사람에게 단도로 쿡 찔러서 괴로움을 단번에 없애버리는 것이 좋겠다는 충고를 할 수 있겠는가?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동시에 불행의 원천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과연 변할 수 없는 것일까?

 

스스로가 작은 탓에 만물을 모두 보잘것없는 것으로 생각한다 말이다.

 

자네에게 맹세코 말하거니와 나는 정말로 품팔이 노동자가 되었으면 하고 생각할 때가 많다. 그러면 적어도 아침에 잠에서 깨어날 때마다 그날 하루의 전망과, 욕망이나 기대 등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안정이란 퍽 귀중한 것이며, 자기 자신에 대한 기쁨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친구여, 다만 이처럼 아름답고 값비싼 보석이 그렇게 부서지기 쉬운 것만 아니라면 얼마나 좋겠는가.

 

8월 18일자로 작성한 편지 속의 자연에 대한 묘사를 읽으면 이 소설이 시대를 넘어, 국경을 넘어 사랑받는지 알 수 있으리라.

 

    2007. 11. 13.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