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스크랩] 2003년 사법개혁에 관한 기사

자작나무의숲 2007. 4. 13. 09:17
중견·소장 판사들, 개혁 요구 봇물
[오마이뉴스 2003-01-21 09:30]
다음달 17일 퇴임하는 송진훈 대법관의 후임인사를 계기로 지난 16일 문흥수 서울지법 부장판사(사시 21회)가 대법관 인사 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선 데 이어, 중견·소장판사들이 잇달아 인사문제를 포함한 사법제도 개혁을 요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 대법원 청사.
문 부장판사는 지난 16일 "지금까지처럼 대법원장과 대통령이 밀실행정으로 선임할 것이 아니라, 선임이유와 그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며 "변호사 협회, 법학계, 언론, 시민단체, 법원 내부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통해 개혁적인 새 시대 인물을 뽑아야 한다"고 주장해 '대법관 인사방식 개혁'에 대한 논의의 물꼬를 텄다.

"법관인사도 다면평가로"

이어 한기택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사시 23회)가 17일 대법원 인사개혁과 관련해 "대법관 선임과정에 법원내부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법원의 내부적인 '다면평가'를 제도화시켜야 한다"는 글을 법원내부 통신망 '코트넷(courtnet)에 올렸다. 또 18일에는 문형배 부산지법 판사(사시 28회)와 이용구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사시 33회)가, 19일에는 정진경 서울지법 판사(사시 27회)와 박상훈 전주지법 정읍지원장(사시 26회)가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문형배 부산지법 판사는 '사법개혁 논의에 즈음하여'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제는 대법원에 진보적 성향의 대법관도 진출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법관 인사는 그 정치적 역할을 감안하여 지역별, 기수별, 직역별 안배가 이루어져 왔으나 이제는 성향별 안배도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며 "진보적 성향의 대법관도 보수적 성향의 대법관과 함께 최고법원을 구성하고 법적으로 제도화된 공론을 통하여 이 사회의 보편타당한 가치를 모색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대법관 선임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진보성'

그는 이어 "이제 변화와 개혁이 이 시대의 당면한 요구로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고 법조인 출신이 대통령에 당선된 만큼, 차제에 사법개혁에 관한 활발한 논의와 제도화를 통하여 사법부의 발전을 도모할 때"라며 "유감스럽게도 법원 내부에서는 그러한 논의가 활발하지 못한 것 같아 몇 가지 의견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박상훈 정읍 지원장도 "이번 대법관 선임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진보성'이라고 주장했다. "법률은 사회질서유지를 기본목적으로 하기 때문에 태생적인 보수성을 갖고 있고, 이에 따라 30년 가까이 법관으로 종사한 사람들은 대개 보수적 성향을 갖게 마련"이라며 "그러나 16대 대선에서 개혁내지 진보를 택한 국민들의 염원을 고려할 때 보수적 성향을 띤 현재의 대법원에는 '진보적 인물'이 긴급하게 수혈돼야 한다"고 밝혔다.

박 지원장은 또 "이제까지 '법관은 판결로 말한다'는 방패막이 뒤에서 법관들이 대법관 선임에 관해 발언하는 것은 금기시 돼왔으나 왜 그래야 하느냐"며 "사법구 구성원 뿐 아니라 변호사회, 검찰, 언론, 시민단체 등의 의견도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용구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는 '대법관 인사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글에서 "법관들이 사법시험과 사법연수원 기수별로 그룹화 되어 있고, 기수별로 전보·승진해 앞 기수와 뒷 기수가 서열을 형성하고 있다"며 "대법관 지명 역시 기수대로 한 명을 발탁하고, 발탁되지 못한 사람들은 용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판사는 이어 "이러한 관행은 과거에는 정치권력으로부터 사법권의 독립을 지키고 법원인사의 자의성을 배제하는 역할을 해왔지만, 동시에 불가피하게 사법관료화를 수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법관 선출을 위한 위원회 만들자"

이에 대한 대안으로 이 판사는 "일정기간(20년 또는 그 이상) 재직한 법관 중에서 다양한 법원내부의 공식적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지명되고, 지명된 사람의 위 기수자도 대법관으로 지명될 수 있도록 하자"고 제안했다.

그 동안 활발하게 법원개혁의 목소리를 내온 정진경 서울 지법판사는 19일 '최근의 대법관 추천과 관련한 논의에 붙여'라는 제목의 글에서 "사법부 구성원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비공개 위원회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정 판사는 "법관 추천권자인 대법원장과 임명권자인 대통령을 둘러싼 소수가 대법관을 뽑는 것은 대통령이 대법관을 임명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이는 대법원장이 자신의 임명권자인 대통령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인물을 추천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계속해서 "사법부를 비롯한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대법원장의 의뢰를 받은 독립적이고 중립적인 인물들로 비공개 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며 "이 위원회를 대법원장의 자문기구 정도의 위상을 갖게 한다면, 대법원장의 헌법상의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위헌시비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주로 30대 후반에서 40대 중반 연령대로, 판사경력은 9∼19년차들로 평판사에서 부장판사까지 다양하다. 이제까지는 법원 외부 시민단체나 언론에서 사법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높여온 데 비해 지금은 법원내부에서 이에 대한 주장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이후 귀추가 주목된다.

대법원 "다양한 의견 나오는 건 당연, 이번엔 시간부족으로 반영 어려워

한편 현직판사들의 이같은 의견개진에 대해 오석준 대법원 공보관은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는 것은 대단히 바람직하고 이런 의견들을 수렴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그러나 이번 대법관 인사와 관련해서는 이번 주 내로 제청을 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