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암송

고상안의 '사물을 바라보며(觀物吟)'

자작나무의숲 2007. 3. 14. 19:51

                   사물을 바라보며

                          -고상안

 

소는 윗니가 없고, 범은 뿔이 없으니

하늘 이치 공평하여 저마다 알맞구나.

이것으로 벼슬길에 오르고 내림을 살펴보니

승진했다 기뻐할 것 없고, 쫓겨났다고 슬퍼할 것도 없다.

 

 

                         觀物吟

     牛無上齒虎無角

     天道均齊付與宜

     因觀宦路升沈事

     陟未皆歡黜未悲

 

[정민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이야기에 실린 한시다. 고상안은 조선 중기의 문인으로 호는 泰村이고 문과에 급제하여 광해군 때 울산 판관으로 있다가 벼슬을 버리고 농촌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농사에 밝고 문장에 능하여, 농부들을 가르치고 농사에 관한 책을 지었다고 한다. 관물음이라는 한시 속에는 벼슬에 연연해 하지 않는 시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공자도 말씀하시길 '나라에 도가 있으니 녹을 받아야 할 것이나, 나라에 도가 없는데도 녹을 받는 것은 부끄러움이니라' 라고 하였다(논어, 헌문 편 1) 공직자뿐만 아니라 남 위에 서려고 하는 모든 사람들이 새겨 들어야 할 말일지도 모른다. 2007. 3. 14. 부산에서 자작나무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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