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암송

이선관의 '작은 작품 한편'

자작나무의숲 2007. 3. 14. 20:24

                     작은 작품 한 편

                             -이선관

 

숟가락과 밥그릇이 부딪치는

소리에

간밤에 애써 잠든

그러나

내 새벽잠을 깨운다

점점 열심히 따스하게 들려오는

숟가락과 밥그릇이 부딪치는

소리가

옆집 어디선가......

아 그 소리가 좋아라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 2'에 실린 시다. 신경림 교수는 이선관 시인을 가리켜 시를 가지고 세상의 불구를 바로잡는 시인이라고 부른 적이 있다. 이선관 시인은 장애인이지만 근원적인 생명감과 폭 넓은 사랑으로 그 장애를 극복하고, 마침내 그것이 만들어 내는 시를 통하여 세상의 불구를 바로 잡았다고 평가받았는데, 지금은 고인이 되었다. 이선관 시인은 고교시절 3.15 의거에 앞장섰고, 평생 마산에서 살면서 통일운동, 환경운동에 참여하였다. 여기서 만일 '통일이 온다면 이렇게 왔으면 좋겠다'를 소개한다.

 

여보야

이불 같이 덮자

춥다

만약 통일이 온다면 이렇게

따뜻한 솜이불처럼

왔으면 좋겠다.

-<만일 통일이 온다면 이렇게 왔으면 좋겠다> 전문

 

창원 동읍 본포마을 낙동강 백사장에 가면 '알수 없는 세상'이라는 찻집이 있다. 찻집 주인은 낙동강 나루터를 보존해야 겠다는 일념에 옛집을 사서 찻집을 열었고, 시를 짓기도 한다. 2007년 2월경 거기 가서 이선관 시인이 지은 '알 수 없는 세상'이라는 시를 읽었는데, 시의 느낌이 선명하게 와 닿았다. 2007. 3. 14. 부산에서 자작나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