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암송

김시탁의 '아름다운 관계'

자작나무의숲 2007. 3. 31. 08:55

                 아름다운 관계

                         -김시탁

 

배롱나무 가지에

새 한 마리 날아와

앉는다

새가 날아와 앉을 때

가지는 둥치를 꼭 잡기 위해

잠깐 흔들린다

흔들린다는 건 반갑다는 나무의 몸짓이다

온종일 서서 새를 기다리는 나무

떼 지어 날아올 새를 위해

날마다 잔가지를 늘려가는 나무

사람들이 모르는

그들의 관계가 아름답다

그 관계가 좋아

나도 몸을 흔들어 가지 하나를

뻗고 싶다

 

(김시탁 시인의 '봄의 혈액형은 B형이다'에 실린 시 중의 하나다.

김시탁 시인은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시를 읽다보면 눈 앞에 선명하게 그림이 펼쳐진다. 그는 시를 짧게 쓰려고 노력한다고 하였다. 독자들이 시에 접근하기 쉽도록 하기 위해서. '나도 몸을 흔들어 가지 하나를 뻗고 싶다'는 부분이 오래 남는다. 안도현 시인은 '간격'이라는 시에서 '나무와 나무 사이 그 간격과 간격이 모여 울울창창(鬱鬱蒼蒼) 숲을 이룬다는 것을' 노래한 바 있었는데, 아름다운 관계가 되려면 어느 정도의 간격이 필요한 것일까?   2007. 3. 31. 부산에서 자작나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