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

스위스, 파리여행을 다녀와서 4(베른)

자작나무의숲 2006. 10. 31. 22:24

여행 3일 째 아침 8시 반, 황태욱님의 가이드를 받으며 바젤에서 베른으로 이동하였다. 이동하는 데는 한 시간 가량 걸렸다.

 

베른은 스위스 연방의 수도로서 도시전체가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될 만큼 아름다운 도시다. 베른이 연방수도로 결정된 데에는 나름의 사정이 있었다. 스위스는 크게 독일어권, 불어권, 이탈리아권이 있는데, 그 중에서 독일어권이 70% 비중을 차지한다고 하며 그 대표도시는 취리히고 그 다음이 불어권인데 그 대표도시는 제네바라고 한다.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는 그들의 성향 탓에 연방수도는 이도 저도 아닌 작은 도시 베른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가장 크다는 취리히도 인구가 37만 명 정도라니 우리와는 세계관이 다른 것 같았다.

 

우선 장미공원에 들러 베른을 조망하였다. 중세 시대의 고풍스러운 건물이 원형대로 보존되어 아름답게 진열되어 있었고 그 둘레로 아레강이 흘렀다. 안동의 하회마을처럼 도시를 둘러 강물이 흐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베른은 1191년 영주 쩨링엔에 의하여 건설된 도시이고, 10개가 넘는 분수가 설치되어 있는데, 여신이 저울을 들고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저스티스 분수가 눈에 띄였다. 건물 곳곳에 스위스 연방기와 함께 베른 주(canton)기가 걸려 있었는데, 베른 주기는 쩨렝엔이 그곳에서 곰사냥 한 것을 기려 곰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한다. 스위스 전역을 둘러보니 건물에 국기와 함께 주기, 코뮤네기를 걸어둔 집이 매우 많았는데, 아마도 이를 통하여 그들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마침 11시에 베른 시계탑에 도착하여 괘종 소리를 듣는 행운을 누렸다. 베른에는 이외에도 시계탑이 한 군 데 더 있었다. 베른 시계탑 가는 길에 아인쉬타인 하우스가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었다. 아이쉬타인 하우스는 아인쉬타인이 1902 - 1909년 살았던 집을 개조한 것인데, 재미난 것은 그가 취리히 공과대학 박사학위 논문에서 탈락하였던 적이 있다는 점이다.

 

국회위원 전용 호텔인 베른호텔, 38인이 내부장식을 맡은 의사당 건물도 볼만 하였지만 뮌스터 대성당은 그 중에 압권이었다. 344개의 계단을 오르면 시내를 조망할 수 있는 정상에 도달하였는데 계단 주변에 낙서가 보였고 그 중에 한글로 적힌 것도 꽤 있어 심사가 뒤틀렸다. 성당 안으로 들어가니 방명록이 있었다. 내친 김에 '영원히 푸르게 한국 문형배'라고 방명록을 써고 나니 조금 젊어진 기분이 들었다. 뮌스터 대성당을 나오니 현장학습을 나온 초등학교 학생들이 선생님의 설명은 듣지도 아니하고 동양인들을 반갑게 맞이 하였다.

 

프렌치 교회도 들렀는데 그곳은 원래 성당이었는데 쯔빙글리를 중심으로 종교개혁이 벌이면서 교회로 개조된 곳이라고 한다. 그곳 안에서 아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기도를 하였다. 

 

베른을 뒤로 하고 일행은 인터라켄으로 이동하였다. 가는 길에 스피에츠라는 곳을 들렀는데 그곳은 이탈리아, 프랑스로 가는 기차가 지나가는 교통의 요충지라고 하였다. 그 주변에 툰 호수가 있었는데 양쪽에서 흘러온 물이 만나는 곳으로서 필자가 '스위스의 양수리'라고 이름붙였더니 가이드선생이 적절한 비유라고 하였다. 평소에는 그곳 호수에는 유람선이 운행을 하는데 가던 날은 시즌이 끝나 유람선을 이용할 수 없다고 한다.

 

그곳에서 한국인 여성 2분을 만났는데 그녀들(융프라우 요흐는 한국 사람이 많아서 실톤 봉으로 간다고 하였다)도 여행안내서에 유람선이 있다는 설명을 듣고 유람선을 기다리다가 우리 가이드 선생의 설명을 듣고 황당해 했다. 일행 중 한상훈 계장은 특유의 붙임성으로 그녀들과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한가지 재미난 것은 그곳 호수에는 물이 너무 맑아서 고기들이 살지 않는 것이 문제꺼리라고 한다. 즉, 호수에 플랑크톤이 없어 이를 먹이로 하는 고기들이 살지 않는다는 설명이었다. 옛 성현도 맑은 물에 고기가 살지 않는다고 하여 처신이 편협하지 않도록 가르쳤는데 스위스에서 그 실제를 확인할 줄이야......

 

인터라켄에서는  oberland 호텔에서 묵었다. 인터라켄에는 ost 역(동쪽)과 west(서쪽) 역이 있고 ost역을 가는 길에는 잔디밭 광장이 있었다. 강촌이라는 한식당에서 육개장을 맛있게 먹고 호텔에 들어와서 한국에서 사온 소주를 가이드님을 포함한 총 7명이 먹고 재미난 이야기를 했는데, 그 소리가 컸던지 일본 사람으로부터 조용히 해달라는 항의를 받았다.

 

마지막으로 가이드 황태욱님의 노고에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분은 한마디로 40대 신사로서 우리와 함께 여행을 다닌다는 기분으로 가이드를 하였는데 얼마나 친절하든지 일행뿐만 아니라 여행길에 만난 여러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특히나 인터라켄에서는 우리를 위해 생수도 사다주었다. 한식당에서는 소주도 1병 더 시켜주는 아량을 베풀었다. 여기서 그분의 이 메일 주소를 적어둠으로써 그 분의 노고에 감사를 표한다. twhwang@bluewin.ch

(아래사진은 베른 시내 전경)

 

 

 

                2006. 10. 31. 창원에서 자작나무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