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건강)

전문희의 '지리산에서 보낸 산야초 이야기'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06. 10. 1. 17:02

어제 지리산 형님으로부터 선물이 왔다.

전문희씨가 쓴 '지리산에서 보낸 산야초 이야기'와 전문희씨가

만든 백초차, 산뽕잎차, 칡꽃차였다.

 

서둘러 산뽕잎차를 끓이고 책을 읽기 시작하였는데 잘 읽히었다.

하루만에 다 읽어버려 지은이에게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몇 년, 몇 달동안 생각하고 갈무리한 글을 하루만에 읽어치우다니...

어쩌랴 몇 달에 걸쳐 만든 산뽕잎차도 단숨에 마셔버린 것을.

산뽕잎차는 녹차맛 같으면서도 다른 뭔가가 있었다. 그 정체를 밝히기 전까지 일단 지리산의 향기라고 해두자.

 

이 책은 산야초에 관한 글이다.

황대권의 '야생초 편지'가 단순히 야생초에 관한 글만은 아니듯이

이 책 역시 산야초에 관한 단순한 보고서가 아니라, 산야초를 사랑하게 된 한 인간의 삶과 생각이 담겨 있는 책이다.

 

지은이는 어머니의 임파선 암에 서양의학이 한계를 보이자 약초에 눈을 돌려 스스로 연구하고 지리산에서 산야초를 캐 어머니를 간호하다가 3년만에 어머니를 여읜 이후 일상과 초월의 경계에 머물다가, 선다헌에서 마신 차맛에 끌려 산야초를 일생의 주제로 정함으로써 일상과 초월을 통합한 이야기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단락을 나눈 다음 각 단락마다

그 계절에 구할 수 있는 산야초, 산야초로 차를 만드는 이야기, 그 과정에서 만난 사람, 산야초의 효능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동의보감, 본초습유을 비롯한 한의학 서적, 서양의학의 성과뿐만 아니라, 이원규, 김광규를 비롯한 시인, 노자나 소크라테스와 같은 성현의 말씀을 결들이며, 산야초를 구하고, 차를 만들고 그 차를 통하여 인간과 소통하고, 지리산에 감사하는 지은이의 체험과 지식을 늘어 놓는다. 그 사이로 지은이의 삶과 자연에 대한 열정을 읽을 수 있었다.

 

이원규 시인의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이라는 시가 소개되는데, 마지막 부분의 '그러나 굳이 지리산에 오고 싶다면

언제 어느곳이든 아무렇게나 오시라

그대는 나날이 변덕스럽지만

지리산은 변하면서도 언제나 첫마음이니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부분

 

노자의 '강한 것은 없어지고, 약한 것은 남게 됨을 이르시는 것이 아닙니까' 말씀 부분,

 

'네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고 세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고 한다. 우리는 지천으로 널려 있는 행복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찾으리라는 보장도 없는 행운만을 찾아 헤메는 것이다' 부분

 

'소크라테스는 진리를 찾으려거든 물 속에 빠진 사람이 공기를 갈구하듯이 그렇게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분이

 

산뽕잎차의 여운처럼 이 책을 덮는 내 가슴에 남는다.

 

어릴 적 고향 주변에 지천으로 널려 있던 토끼풀, 뽕잎, 칡꽃, 감잎, 질경이가 덖음차의 훌륭한 재료가 된다는 것이 우리 몸의 60 - 70%가 수분으로 되어 있다는 발견처럼 신기하고도 일상적이다.  

소비와 속도를 속성으로 하는 현대 문명에 대안을 모색하는 분들께 일독과 함께 산야초차의 세계에도 들어오시길 조심스레 권해본다.  

 

                        2006. 10. 1. 창원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