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실무

사법도 감동을 창조할 수 있다.

자작나무의숲 2006. 9. 4. 17:18
 

제가 속한 재판부의 구성원은 11명입니다. 소속 재판부가 2개인데 그 중 2심 항소 재판을 담당할 때는 형사2부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관대하다는 인상을 주려고 노력하며, 1심 합의 재판을 담당할 때는 형사3부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엄정하다는 인상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구성원은 판사(예비판사 포함) 4명, 사무관, 참여관, 실무관 2명, 법원경위, 부속실 주임, 속기사 해서 11명입니다. 딱 축구팀 1개를 구성할 수 있을 정도죠.

  저는 재판부가 새로이 구성되면, 재판부 운영 방향에 관하여 2쪽 이내에 의견서를 작성하여 팀원들에게 나눠주고 의견을 수렴합니다. 가령, 신건지정 시기, 결심기록 인계시기, 증인소환방식, 합의기일 등을 기재한 다음 끝에 ‘팀원(직원 포함)간에는 예의보다는 소통이 중시되어야 한다’는 주의문구를 기재합니다. 그리고 실무관, 참여관에게 저와 상의가 필요할 때는 원칙적으로 전화를 하라고 합니다.

  몇 달 전의 일이었습니다. 실무관 1명이 당일 접수된 합의서를 가져오면서 구속취소를 해야 할 사건이라고 말했습니다. 아니나다를까 공소사실이 강간죄이고 합의서가 들어왔으니 구속취소해야 할 사안이었습니다. 이 경우 합의서를 접수하고, 공소사실을 확인한 다음, 저에게 구속취소를 해야 한다고 말할 때까지 판사 역할은 누가 한 것일까요?

  저는 간혹 사무관 또는 참여관에게 양형조사를 해달라고 의뢰합니다. 증인으로 부를 경우 구속기일이 연장되고 증인 출석도 번거로운 점을 감안해서, 교통사고 등 피해자에게 전화를 걸어 치료결과, 보상현황, 처벌의사 등을 확인해달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작성된 양형조사서는 법정에 현출하여 당사자에게 이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양형조사를 하는 순간 판사역할은 누가 하는 것일까요?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처럼 개인 기량이 유럽 축구 대표팀보다 떨어지는 경우 결국 팀워크로 개인기량의 부족을 극복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팀워크에는 상호신뢰가 으뜸이라고 생각합니다. 작가, 연출, 주연배우, 조연배우, 기술 요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감동적인 법정 드라마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사법도 감동을 창조할 수 있다는 신화를 이루어내고 싶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떻습니까?

2006. 9. 12. 창원지방법원 소식지에 창원지방법원 판사 문형배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