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정치사회)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

자작나무의숲 2025. 6. 17. 16:13

세월호가 4월 15일에 출항하기까지 있었던 일은 승객의 생명을 걸고하는 모래뺏기 놀이와 같았다...

4월 16일에 그렇게 침몰하도록 계획한 사람은 없었으나, 세월호의 침몰은 많은 이들이 오랜 시간 야금야금 관여했고, 그로 인해 언젠가는  일어나도록 예정된 사건이었다. 막대기 주위의 모래를 빼내듯 오랜  시간 안전 규제를 외면한 결과,  4월 16일의 세월호는 모래를 살짝 움직이는  손짓, 대수롭지 않은 고장에도  무너질 만큼 약해져 있었다.  각각은 결정적이지 않았던 잘못의 연쇄가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진실의 힘 세월호 기록팀 "세월호, 다시 쓴 그날의 기록" 788면

빠르게 기울어지는 배의 안팎에서 선원과 해경이 했거나 하지 않은 일들이 승객들의 생사를 갈랐다. 배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승객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계속 방송한 것, 배가 승객들을 삼키며 물속으로 사라질 때까지도 "밖으로 나오라"는 지시를 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 잘못이었다. 세월호 선장에서 해경청장에 이르기까지 급박한 상황을 인지하고 퇴선조치를 할 수 있는 자리에 있던 사람들 중 누구도 그런 판단과 지시를  하지 않았다.
-같은 책 792면

매년 4월 세월호를 말할 때마다 우리가 상기해야 하는 것은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죽음의 이유다. 참사를 기억하는 것은 그 죽음의 이유를 기억하는 것이고 참사의 진상을 밝히는 것은 그 죽음의 이유를 밝히는 것이다.
-같은 책 6면

세월호 참사를 야기한 무능, 무책임, 불법행위를 조사하겠다고 나선 위원회들이 보여준 무능과 무책임은 뼈아픈 것이었다. 세월호가 가라앉는 101분 동안 드러난 해경지휘부의 무능과 무책임을 낱낱이 조사하고 분석하는 대신 조사위원회는 국가 조직이 의도적으로 승객을 구조하지 않았다는 의혹에 몰두했다.
-갈은 책 8면

1978년 배리 터너는 84건의 사고와 재난을 분석한 '인재'라는 기념비적인 책을 발간했다. 그는 이들 사례를 분석한 후 재난에는 긴 잠복기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긴 잠복기가 있다는 것은 비극을 막거나 개입할 시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모든 사고와 재난에서 잠복기 동안 초기 경고 신호가 잘못  해석되거나 무시됐다.
-같은 책 19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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