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문)

검열관들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21. 11. 23. 15:27
1. 개괄
로버트 단턴이 쓴 '검열관들'을 읽었다. 저자는 하버드대학교 교수를 지냈고 책의 역사가로서 명성을 누리고 있다.

이 책에는 검열이 이뤄진 방식에 관한 세 가지 사례가 소개되고 있다. 부르봉 왕조 프랑스, 영국령 인도, 공산주의 동독이 그것이다.

2. 발췌
어느 곳에든 검열이 존재한다고 여겨질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모든 곳에 존재한다면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모든 것을 포괄하도록 광범위하게 정의할 경우 구별되는 특징을 전혀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정의는 의미가 없다. 검열을 모든 종류의 제약과 동일시하는 것은 검열을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보이게 만든다.

그는 이전 총감들보다 묵인을 폭넓게 활용했다. 묵인이란 해당 도서가 시장에서 회수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추문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경우, 판매를 적당히 허용하는 것으로서 흔히 경찰의 방조하에 이뤄졌다.

명예훼손 기소는 영국에서 1695년에 사전 검열이 사라진 뒤 출판의 자유를 제한하는 주요한 방법으로 활용되었다.

작가들은 한두 문단을 놓고 논쟁을 벌인 끝에 편집자가 자신의 주장을 받아들이면 의기양양해했다. 하지만 허가를 받으려고 원고 전체를 제출한 이상 결국 국가의 제재에 굴복한 셈이었다.

발밑에 땅이 없다면 어떻게 서 있을 수 있겠습니까? 제 작품이 이 나라와 전 세계의 공산주의 운동에 미치게 될 긍정적인 영향은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이 탄압이 가져올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책임은 함께 지지 않겠습니다.

어떠한 체제도 순전히 강제에 의해서만 작동할 수는 없다. 심지어 오늘날의 북한이나 1930년대의 소련, 또는 헨리 8세의 폭정이 절정으로 치닫던 영국에서도 마찬가지다. 모든 체제는 열렬한 신봉자를 필요로 한다. 그들의 믿음이 약해지면 권위주의 정권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이 현상은 역사의 발전 과정이기도 하다.

2021. 11. 23. 서울 자작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