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성찰)

임계장 이야기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20. 7. 10. 22:15
1. 개괄
조정진씨가 쓴 '임계장 이야기'를 읽었다. 그는 38년간 공기업 정규직으로 일하다가 2016년 퇴직 후 4년째 시급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버스회사 배차계장, 아파트 경비원, 빌딩 주차관리원 겸 경비원을 거쳐 버스터미널에서 보안요원으로 일하다 쓰러져 해고되었다. 지금은 주상복합건물에서 경비원 겸 청소원으로 일하고 있다.

책 제목에 등장하는 임계장은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준말이다.

2. 발췌
하루 종일 숨이 가빴지만 나는 매순간 최선을 다했다. 나의 시간은 낮도 밤도 오롯이 회사의 것이었다.

비정규직을 한 식구로 쳐주는 곳은 아직 보지 못했다. 회사는 시급으로 계산된 임금을 주고 나면 더 이상 신경 쓸 일이 없다.

은행잎이 아름다운 건 나무에 매달려 있을 때다. 우수수 떨어진 은행잎들이 내게는 치워야 할 쓰레기일 뿐이다.

2017년 들어 최저임금이 6030원에서 6470원으로 상승했는데 그 상승분 440원을 주기 싫어서 무급 휴게시간을 한 시간 더 늘린 상황이었다.

어느 시인은 '가난은 순간적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고도 했지만 이 시대의 가난은 순간적이지 않아 보였다. 보통은 대물림되고 빠져나오기 어려운 '늪'이 되는 것 같았다.

지금쯤 그들은 내게 했던 일들을 모두 잊었을 텐데 나 혼자 잊지 못하고 눈물을 쏟고 있었다.

나는 아파트와 빌딩 경비원으로 매일 24시간씩 근무하면서도 그것이 의지로 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다.

차제에 반드시 개선돼야 할 것이 있다. 그것은 경비 업무 외의 잡무를 계속하되, 경비원이 '감시 단속적'근로자가 아님을 인정받아 근로기준법에 부합하는 정당한 보수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3. 소감
마지막에 가족들에게 '책을 읽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되더라도 마음 아파하지 말기 바란다'고 부탁하는 부분을 읽고 가슴이 먹먹하였다.

24시간 격일제 근무 직장 2곳을 동시에 다녔다고 하니 인간의 몸으로 그게 가능한가 생각하다가 그래서 쓰러져 7개월간 투병했다는 부분을 읽고 의문은 해소되었지만 무거운 마음은 가시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 봤으면 싶다. 그리고 비정규직 근로자를 대하는 이 사회의 태도가 좀 더 정중했으면 한다.

2020. 7. 10. 서울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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