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문)

잊기 좋은 이름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20. 5. 16. 11:56

1. 개괄

소설가 김애란의 산문 '잊기 좋은 이름'을 읽었다. 김애란의 이상문학상 수상작 '침묵의 미래'도 읽은 적이 있다.

 

2. 발췌

글을 쓸수록 아는 게 많아질 줄 알았는데 쥐게 된 답보다 늘어난 질문이 많다.

 

거기에 적힌 말들은 나와 타자를 중심과 바깥,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지 않는 말이었다. 당신은 벌레가 아니라 나라고, 과거의 나이자 현재와 미래의 나라고. 나 또한 언제든 죽음으로 내몰릴 수 있으며 누구든 그렇게 대우받아선 안 된다는 사실을 깊이 이해하는 언어였다.

 

이해란 비슷한 크기의 경험과 감정을 포개는 게 아니라 치수 다른 옷을 입은 뒤 자기 몸의 크기를 다시 확인해보는 과정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사고 첫날, 외국 언론에서 조난자의 수온별 생존시간을 따져보는 사이 한국에서는 사망 시 보험금을 계산했다.사람들은 권력이 생명을 숫자로 다루는 방식에 분개했다.

 

이 경사를 어찌하나. 모든 가치와 신뢰를 미끄러뜨리는 이 절벽을, 이윤은 위로 올리고 위험과 책임은 자꾸 아래로만 보내는 이 가파르고 위험한 기울기를 어떻게 푸나.

 

진짜 공포는 상상할 수 없는 것이다...희망이란 순진한 사람들이 아니라 용기있는 사람들이 발명해내는 것인지도 모르리라.

 

3. 소감

언어의 한계는 사유의 한계라고 한다. 나는 모국어를 쓰는 작가들에게 크게 빚지고 있다. 나는 오늘도 그 덕택에 사유가 확장되고 있으므로.

 

2020. 5. 16. 서울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