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괄
피터 터친이 쓴 '초협력사회'를 읽었다. 저자는 듀크대학교에서 동물학 박사학위를 얻었고, 현재 코네티컷대학교에서 생태 및 진화생물학부, 인류학과, 수학과 교수로 있다. 저자는 인류의 역사를 전쟁과 문화라는 키워드로 바라본다.
최정규 교수의 추천사에 따르면 피터 터친이 전쟁을 파괴적 창조과정으로 묘사하는 것은 전쟁을 찬양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전쟁이 어떤 의미에서 좋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 위한 것도 아니라고 하면서 전쟁이 대규모의 협력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선택압 중 하나였음을 밝히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다수준 선택과정을 통해 협력이 진화한다면 그 과정에서 집단의 규모는 점점 커져갈 수밖에 없는데, 이때 거대해진 집단이 분열되지 않고 결속력 있게 묶어주는 힘이 바로 문화라는 것이다.
특히 저자는 집단 간의 선택이 집단 내의 선택을 압도할 가능성이 적어도 인간사회에서는 충분히 발견된다는 주장을 펼친다.
2. 발췌
폭력과 빈곤을 퇴치하는 유일한 방법은 함께 그 일을 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해 해답은 협력이다.
이 책의 주제는 초사회성이다. 초사회성은 작은 마을에서부터 도시나 국가에 이르기까지, 아니 그 이상 큰 무리를 지어 낯선 사람들과 협력할 줄 아는 인간의 능력을 말한다.
인간사회의 진화는 급선회를 반복하며 놀랍고 심지어 기괴한 궤적을 이어갔다. 왜 그랬을까?...문화진화론이라는 새로운 학문 덕택에 우리는 그 답의 윤곽을 찾기 시작했다...작은 수렵채집 무리에서 거대한 국민국가로 바뀌게 만든 동력은 집단과 집단 사이에서 일어나는 경쟁과 갈등이었다...전쟁은 파괴하면서 동시에 창조한다.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의 말을 빌리면 그것은 창조적 파괴의 힘이다. 사실 이 말은 강조가 잘못되었다. 전쟁은 파괴적 창조의 힘으로 놀라운 목적을 위한 가공할 수단이다. 그리고 그 힘이 스스로를 파괴하여 전쟁이 없는 세상을 창조할 수 있다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
나의 문화진화론적 분석에서 협력과 전쟁은 소규모 사회에서 대규모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엘리트가 부유해지면 나머지 사람들은 조금씩 가난해진다. 부의 불평등이 심해지면 협력심이 약해진다. 어느 지점을 넘어가면 한때 위대했던 제국은 기능이 마비되어 작고 결속력이 강한 주변 집단들이 제국을 분열시키기 시작한다.
문제는 협력이 혜택만 주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협력은 사실 상당한 비용을 치르게 한다. 집단의 구성원들은 협력의 혜택을 골고루 누리지만, 그 비용은 협력하는 각자가 사적으로 부담한다. 이런 공공재-사적비용 간의 긴장을 협력자의 딜레마라고 한다.
결과적으로 1992년부터 2001년까지 연봉이 가장 고른 팀이 연봉 차이가 가장 심한 팀에 비해 시즌당 평균 여덟 경기를 더 이겼다.
내가 전쟁을 가리켜 창조적이다 또는 생산적이다라고 하는 것은 전쟁을 찬양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전쟁이 어떤 의미에서 좋을 수도 있다고 주장하기 위한 것도 아니다. 내가 말하는 창조적이라는 뜻은 전쟁이 대규모의 협력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한 선택압 중 하나였다는 말이다.
초자연적 도덕적 응징자를 향한 독실한 신앙은 그것이 힘센 자들을 억제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중요하다...종교는 제국의 탁월한 관념적 기초다.
하나의 문화적 특성이 다른 특성을 희생시켜 빈도를 증가시키는 것, 그것이 문화진화다.
...이 조사한 최근의 자료에 따르면 일부일처제 사회는 일부다처제에 비해 확실히 경쟁력이 뛰어나다. 몇몇 남성이 많은 아내를 거느리면, 다른 남성은 결혼 상대를 찾지 못할 것이다. 일부일처제는 짝을 찾는 데 필요한 경쟁을 줄이고 남성들 사이의 평등권을 높인다. 일부일처제는 또한 성불평등을 줄인다.
집단 내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그 집단의 실적은 대체로 나빠진다.
핵심은 협력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는 사회는 강한 국가를 만들고 번영하는 경제를 만든다. 협력하지 못하면 국가도 경제도 실패한다. 초협력사회의 수수께끼를 푸는 것, 즉 거대한 익명의 사회에서 협력할 줄 아는 인간의 능력이 진화하는 과정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 것도 그 때문이다.
3. 소감
전쟁과 문화로 인류의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이 놀랍다. 저자의 요점은, 전쟁과 문화가 협력을 이끌어냈다는 점,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 협력하는 사회가 강한 국가를 만들고 번영하는 경제를 만든다는 점인데 코로나19시대의 과제를 푸는 데 음미해볼 대목이다.
2020. 5. 15. 서울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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