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괄
박용상 변호사가 쓴 '영미 명예훼손법'을 읽었다. 그는 서울대학교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언론중재위원장을 지낸 바 있다.
이 책의 요지는 영국의 법제는 명예훼손에 관해 엄격한 한편 프라이버시 보호에는 소홀한 점이 있고 미국의 법제는 언론의 자유에 치중하여 명예 및 프라이버시 보호에 무관심하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점에서 비교법적으로 가장 특유하고 독자적인 지위를 갖는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비하면 독일법제와 유럽인권재판소 판례는 표현의 자유와 명예 및 프라이버시권의 보호에 조화적 균형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우리가 참고할 수 있다는 데 있다.
2. 발췌
영국에서 형사 명예훼손죄는 이상과 같은 비판 때문에 2010년에 이르러 폐지되었다.
유럽인권재판소도 명예훼손 소송에서 허위의 추정과 피고에게 진실의 입증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유럽인권협약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시한다.
저명하고 책임 있는 단체가 공인에 대해 중대한 비난을 하는 경우 그 비난을 공평무사하게 보도하는 것은 그 기자가 개인적으로 타당하다고 생각하였는지 여하에도 불구하고 헌법에 의해 보호받는다(미국 뉴욕타임스 중립보도 사건)
공정한 논평의 규칙은 사실 주장이 아닌 의견 또는 비판에 주어지는 특권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90년 밀코비치 위증 비난 사건에서 의견이 제소될 수 있는 경우로서 '사실의 암시'가 있는 경우를 들고 있다.
공익 사항에 관한 가치판단은 이를 뒷받침하는 충분한 사실적 근거가 있어야 공정한 논평으로서 면책된다는 것이다(유럽인권재판소)
미국 연방대법원은 이른바 Gore Guideposts를 적용하면서 비록 피고 보험사의 행위가 잘못된 것이기는 하지만 실제 손해액의 145배에 달하는 징벌적 배상액을 인용한 유타 주 대법원 판결은 적법절차를 어긴 것이라고 보아 이를 파기환송하면서 실제 손해액과 징벌적 배상액 간의 비율을 한 자릿수로 하는 것이 위 기준에 적합한 것이라고 판시하였다.
Robert Post 교수는 유럽에서는 프라이버시를 존엄의 측면에서, 미국은 자유의 측면에서 본다는 점을 지적한다.
1973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인격권을 강조한 기념비적인 레바하 판결에서 헌법상 보장되는 인격권은 표현의 자유와 마찬가지로 헌법상의 자유민주주의적 질서의 본질적인 구성부분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에 위 양자는 어느 것도 원칙적인 우위를 주장할 수 없는 것임을 밝히고 양 헌법가치가 충돌하는 경우에는 그들이 가능한 한 조화되도록 조정할 것을 요구하였다.
특정 개인에 대해 거짓이든 진실이든 막론하고 명예훼손적 사실을 적시하여 공격이 행해진 경우 피해자가 그 허위임을 입증하도록 할 것인가, 아니면 말을 꺼내어 법적 분쟁의 단초를 제공한 표현행위자에게 진실의 입증책임을 지게 할 것인가를 형평의 관념에 비추어 상식적 직관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3. 소감
명예훼손과 표현의 자유의 충돌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용한 책이다.
2019. 7. 14.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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