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괄
월터 배젓이 쓴 '영국 헌정'을 읽었다. 저자는 1826년에 태어나 1877년 사망하였고, 이 책은 1865년 창간된 잡지에 1867년까지 2년간 연재되면서 완성되었다. 저자는 공식적 헌법전이 존재하지 않아서 헌법 해설가가 유별나게 권위를 지니는 영국에서 가장 유명한 헌법 해설가 세 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고 한다.
저자는 영국 헌정 기관들을 국왕과 귀족원으로 구성되는 '위엄 부문'과 내각과 평민원으로 구성되는 '능률 부문'으로 양분한다. 영국 헌정이 권력을 한 곳에 집중시킨 단일 주권제로서 주권은 평민원에 있다고 파악했다. 평민원의 통치기능이 집약적으로 행사되는 형태가 내각이라고 분석했다. 그리고 미국의 대통령제와 대비해 내각제가 효율성 높은 제도라고 판정했다. 미국 대통령제에서는 행정부와 입법부가 분립되고 대통령과 의회 의원 등 두 기관의 구성원들의 임기가 고정된 관계로 정치가 저급하고 무능하게 된다고 분석한다. 이 책에서 언급된 영국 헌정은 주로 빅토리아 여왕이 재위한 1837년부터 1901년까지 이른바 빅토리아 시대를 대상으로 한다.
2. 발췌
내가 이 책에서 보여 주려 했던 대로, 자신보다 잘난 사람들에 대한 옛 유권자들의 존경이 우리의 옛 체제가 유지될 수 있었던 유일한 방식이었다.
모든 헌정은 우선 권위를 획득하고 그 다음에 권위를 행사해야 한다...여왕은 헌정의 위엄 부문의 수장일 뿐이다. 수상은 능률 부분의 수장이다.
대통령은 특별한 시기나 여론이 들끓어 강력해진 시기를 제외하고는, 알려진 사람들이 선출되는 것을 방지하는 절차를 통해 선출된다. 따라서 그가 선출된 후 바로 위기가 닥치면, 미지의 인물이 이끄는 정부를 갖게 된다.
그들이 판단력이 약한 사람을 선출하더라도 그(대통령)는 정해진 임기 동안 통치할 것이다. 그가 최상의 판단력을 보일지라도, 그 기간이 끝나면 헌법이 정한 운명에 따라 또 다른 선거가 벌어질 것이다. 그러나 내각제에서는 그런 고정된 운명 같은 것은 없다. 재임 자격이 정부의 행위에 달려 있는 해임 가능한 정부인 것이다.
최상의 것이 부패하면 최악이 된다. 군주제적 형태에서 최악은 군주 없는 형태의 최악보다 더 나쁘다.
조지3세는 당대인들에게 훌륭한 도덕적 모범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선행은 죽음과 더불어 사라지지만 해악은 죽은 후에도 살아남는, 그런 사람의 본보기였다.
귀족원은 수정하는 의회로서 최대 장점이 있다. 가능성을 지녔다는 점이 그것이다.
경험 많은 외교관들은 이렇게 말한다. 자유 정부가 전제 정부보다 다루기 더 어렵다고...자유로운 국민은 자신과 다른 의견을 경청하지 않는다. 신문은 구독자들이 좋아할 측면만 반복한다.
자유로운 정부는 자치 정부, 즉 국민에 의한 국민의 정부다.
대통령제에서는 입법부의 토론이 거의 효과가 없는데, 입법부가 행정부를 변경할 수 없으며 입법부가 결정한 것을 행정부가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주장하는 것은 의회가 영국 국민의 여론을 구현해야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격언에 따르면 탈레랑보다 유능하고 나폴레옹보다 유능한 누군가가 있다. 그것은 전체다.
선거제 정부의 첫째 전제 조건은 선거인들의 상호 신뢰다...선거제 정부의 둘째 그리고 매우 드문 조건은 차분한 국민성이다.
3. 소감
우리 나라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시대가 다르고, 국민성이 다르고, 역사가 다르기 때문이다. 상층 사람들과 하층 사람들 사이에 결코 메울 수 없는 격차가 존재한다고 파악한 저자의 생각이 수용가능한 것이지도 의문이다. 그렇지만 영국 헌정을 이해하는 데 귀중한 책임에는 틀림없다.
2019. 9. 25. 서울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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