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역사)

재판으로 본 세계사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8. 9. 21. 18:38

1. 개괄

박형남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쓴 '재판으로 본 세계사'를 읽었다. 소크라테스 재판, 토머스 모어 재판, 드레퓌스 재판을 비롯하여 14개의 재판을 뽑고 역사적 배경, 쟁점, 판결결과, 판결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설명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다.

 

2. 발췌

법이 신뢰를 얻는 것은 공정해서가 아니라 법이기 때문이다. 이야말로 법이 가진 불가사의한 근거이고, 그 밖에는 아무 근거도 없다(몽테뉴) / 헨리 8세는 모어에게 왕의 신하로서 이혼 문제와 관련해 자기편에 서줄 것을 호소했다. 모어는 공인이 양심을 버리면 나라가 혼란에 빠지게 된다고 생각해 팔을 칼로 끊어낼망정 분명한 양심으로 사는 것을 선택하겠다고 대답했다.

 

흑인들은 헌법에서 시민이라는 어휘로 지칭한 계급에 포함되지 않으며 헌법에 제정될 당시 그들을 포함시킬 의도조차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미합중국 시민에게 보장하는 헌법상의 권리와 특권 가운데 어느 것도 주장할 자격이 없다. /노예 역시 창조주의 손길이 닿은 인간으로, 신의 율법과 인간의 법률에 순응하는 불멸의 영혼을 가진 존재이다(드레드 스콧 재판)

 

남부와 북부는 스콧 재판을 놓고 극단적으로 대립했는데, 흑인에 대한 편견과 왜곡으로 가득찬 판결을 기폭제로 남북전쟁이 벌어지면서 이 재판은 역설적으로 노예해방에 크게 기여했다.

 

선거를 통해 선출되는 입법부나 행정부와 달리 사법부는유권자의 표를 의식할 필요가 없으므로, 사회적 다수자의 잘못된 편견과 관습을 자유와 인권의 이념으로 교정할 의무가 있으며 법으로 그 권한을 부여받고 있다...시간이 지난 후에는 명백하게 보이지만, 태풍이 지나가는 한가운데에서 판사는 길을 잃어버리거나 방향을 거스르는 잘못을 저지를 수 있는 운명적 존재다.

 

법의 생애는 발생부터 지금까지 논리적인 것이 아니었으니, 그것은 경험이었다(홈스 대법관)

 

헌법과 법률의 관점에서 미국에는 우월하고 특별한 지배계급이 없으며, 카스트 제도도 없다. 연방 헌법은 색맹이며 또한 시민들 사이의 계급의 존재를 알지도 용인하지도 않는다(존 마셜 할란 대법관)

 

뉘른베르크 전범 재판부는 법률이 죄악의 도구로 전락했을 때에는 양심에 따라 행동해야 하므로 상부 명령에 대한 복종의무를 들어 항변할 수 없고, 인류의 생명을 존중하고 다른 문화를 인정하는 것은 자연법상 최소한 요구이므로 소급해서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3. 소감

아마도 저자는 역사를 의식하며 재판할 것을 주문하는 듯하다. 관심 있는 분들의 일독을 권한다.

 

2018. 9. 20.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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