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정치사회)

가인 김병로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8. 1. 3. 16:41

1. 개괄

한인섭 교수가 쓴 '가인 김병로'를 읽었다. 저자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이고 '인권변론의 한 시대' 등을 쓴 바 있다. 이 책은 김병로 선생의 출생부터 사망까지를 다루고, 항일변호사, 미군정기 사법부장, 대법원장, 법전편찬위원장, 반민특위 재판부장, 헌법-민주 수호자, 재야 민주인사 등 다양한 분야의 삶을 망라하고, 10년간 회고록, 재판기록, 신문기사에서 수집한 자료를 920쪽에 걸쳐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가인을 파란만장한 우리 현대사에 큰 족적을 남긴 법의 거인이었다고 요약하였다.

 

2. 발췌

그는 변호사가 되기 위해, 판사의 기회를 방편으로 활용한 것으로 보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그가 (부산지방법원) 판사직을 뒤로 사표를 낸 것이 1920. 4. 17.이니, 판사직을 만1년을 수행한 셈이다.

 

신간회의 사멸은 자타가 공인하는 바와 같이 타살이 아니라 자살이었다. 차라리 그것이 만일 타살이나 되었으면 세인의 이목을 다소간 자극시겼을는지도 모르겠지만 그것은 싱거운 자살이었기때문에 일막의 희비극이었다.

 

해방직후 좌-우 투쟁이 격화되면서도 이들은 좌-우의 편가르기에 힘을 싣기보다는 좌-우 합작 쪽에 힘을 더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김병로의 경우, 단독정부 수립이 아닌, 김규식 여운형과 함께 통일국가수립운동인 좌-우 운동을 벌였던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미결수로서 판결까지 실제복역일수가 26개월에 이르렀으나, 미결구금기간의 산입을 극히 인색하게 책정하였기에, 곧바로 석방된 자의 수는 이 정도에 불과하였다.

 

다시 말해 좌익과 소통가능한 진보적 우파 지도자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최종적으로 무죄판결이 확정됨과 상관없이, (동우회) 조직 자체는 괴멸시켜버린 효과를 거두었던 것이다.

 

동시에 그는 일제의 경제에 의존하지 않고 자립적 가계경영의 틀을 조성했다(농사, 양계).

 

먼저 형법 제16조(법률의 착오) 부분에서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는 원안이 '벌하지 아니한다'고 수정되어, 결국 이 안이 현행 법률이 되었다. 그러나 이렇게 법적 효과를 불벌로 함으로써 법률의 착오를 크게 배려한 셈이지만, 실제 판례에서는 형법 제16조의 적용사례를 극히 제한해 버리는 역효과를 낳은 면이 있다.

 

3. 소감

근대사법의 역사에서 가인 선생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생애가 대한민국의 독립과 민주주의에 대한 헌신으로 일관된다. 우리가 이 만큼의 '사법의 독립'을 누리는 것도 가인 선생 덕분이다. 특히 신간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일독을 권한다.

 

2018. 1. 3.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