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소송을 다시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7. 9. 17. 14:46

1. 개요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소송>을 다시 읽었다. 소송은 작가가 죽은 후에 출간되었고 장편소설 중 처음으로 출간 되었다. 미완성인 채로 출간되었다. 은행의 부장으로 근무하는 주인공 요제프K가 서른 살 생일에 갑자기 체포되어, 1년 동안 이상한 소송을 겪다가 결국 채석장에서 처형된다.

주인공은 왜 소송을 당했는지도 모르고, 처형을 결정한 판결이나 형벌의 적법성을 알지 못한다. 피고인은 다만 처벌을 통해서만 자신의 죄를 의식하게 될 뿐이다(번역자 권혁준 해설).

카프카에 의하면 '인간이 처해 있는 상황 자체가 유죄'라는 것인데 이를 이 소설에 대입하면 주인공의 상황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작가는 1906년 프라하 대학에서 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프라하 민사법원과 형사법원에서 1년간 법률 시보로 실습하였다.

이 소설 속에 소송은 형사소송이다. 피고인은 실질적인 무죄판결을 받기는 어렵고 외견상의 무죄 판결과 판결 지연을 얻어낼 수 있다. 외견상의 무죄판결의 경우 서류철은 계속 남아 있으며 언제든 상급 법원으로 이송될 수 있다.

 

2. 인용

당신이 체포된 건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직장에 나가 일하는 것까지 막지는 않습니다.

 

도대체 너는 이번 소송에서 지고 싶은 거야? 그게 무얼 뜻하는지 알기나 해? 그건 네가 간단히 지워져버린다는 뜻이야. 그리고 집안사람들도 모두 함께 휩쓸려 들어가거나 아니면 철저히 수모를 당한다는 의미지.

 

아무도 이 법원에 맞서 싸울 수는 없고 결국 자백할 수밖에 없어요.

 

관리들은 아주 단순한 사건이나 특별히 어려운 사건에 대해서는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그들은 밤낮으로 법률에 얽매인 삶을 살면서 인간관계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갖추지 못했는데 그런 경우에는 이런 사건들을 풀어나가기 어렵다.

 

3. 소감

작가가 말하는 바는 여러가지로 해석된다. 법률시보까지 경험한 카프카로서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관료주의 체제로 나타나는 부조리한 세상에서 개인이 겪는 무력감'도 묘사하고 싶었을 것으로 보인다.

 

2017. 9. 17.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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