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김정한 전집

자작나무의숲 2016. 7. 23. 17:07

1. 개괄

김정한 전집 1~5권을 읽었다. 작가는 1908년 부산 동래에서 태어났고, 1996년 죽었다. 1936년 <사하촌>으로 등단하였고,

1985년 마지막 단편소설 <슬픈 해후>에 이르기까지 50여편의 소설을 발표하였다. 

20세기 민족사의 질곡을 민중과 더불어 온 몸으로 견디어 내면서 소외되고 억압받는 주변부 인간의 현실을 양심적인 

시선으로 고발하였고, 분단극복이라는 민족의 숙원을 자신의 문학적 과제로 삼았던 실천적 문학인이자 평생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삶을 텃밭을 지켜낸 파수꾼이었다.


2. 발췌

농민이란 지리한 입다툼을 할 줄 모른다. 그런 점잖은 일에는 영리치 못하다. 곧 주먹이 나선다.


정말 소작인에게 있어서는 논 떨어지는 것이 죽는 것과 별로 틀림없다(이상 '그물' 중에서).


술이나 처먹고, 한숨이나 쉬고, 네 말마다나 기생집에 누워서 축음기 소리에 눈물이나 흘리는 그게 사회주읜가? 개 오줌 같은 

눈물이지! (이상 '항진기' 중에서)


가난이란 이렇게까지 무서운 것일까?


물론 은파 자신도 두메의 생활에 대한 여러 가지 꿈도 가져 보았다. 그러나......과거는 그렇듯 시틋하고 현재는 이렇듯 

괴로웠다(이상 '기로' 중에서).


그러나 <설마>라는 말의 신용이 몽땅 다 떨어진 요즘 세상인 만큼, 그는 그러한 제 추측만으로서는 물론 마음이 놓일 리가 

만무하였다('당대풍' 중에서).


그러는 동안에 애가 터지게 꼼질거리던 거미 새끼도 어느덧 "니는 거지아이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가르치기 위하여 내 스스로

거지아이와 꼭 같은 생활을 하였노라"한 <페스탈로치>의 말을 적은 쪽지 뒤로 가뭇없이 숨어 버렸다('낙일홍' 중에서).


말이 아니 통하던 군정시대로부터 말만으로는 통하지 않는 오늘날까지 이 간에도 붙고 저 염통에도 붙어......어언간 십 년이 

흘렀다('누가 너를 애국자라더냐' 중에서).


그러나 농민들이란 것은 이상한 성미들를 지녀서 겉으로 위협이 클수록 속으로는 되려 반감이 커질 뿐만 아니라, 때로는

엉뚱한 짓들을 저지르는 수가 많다.


오롱댁 심작은둘 노파는, 처음에는 제법 희망을 가져 보았다. 그러나 병이라는 놈은 그와 같은 인간의 정의라든가 소원을 

알아주지는 않았다.


무지막지한 3동 인간이라기보다, 염병이니 호열자니 하는 것들보다 더 무서운 가난이란 병에 걸려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니까 그들에게는 세상이 바로 병원과 같은 것이기도 했다. 거추장스럽게 마스크 따윈 필요 없었다(이상 '제3병동' 중에서).


석양빛도 옛날처럼 아름다웠다. 그들은 자연이 부러웠다. 변치도 않고 거짓도 없는 자연이. 우중신노인은 거기만 가면, 

옛날이-남 같지 않는 복잡한 과거가 그립고도 안타깝게 머리에 떠올랐다('인간단지' 중에서).


사실 그는 인간이 그리울 때나 어려운 고통을 당할 때는 언제나 그러한 할아버지와 아버지를 생각하고는 참고 견디어 나갔다.

<사람답게 살아가라! 비록 고통스러울지라도 불의에 타협한다든가 굴복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람이 갈 길은 아니다.>

('산거족' 중에서)


대감,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정사는 조정에서 꾸미지만 결말은 백성이 짓는 겝니다.


왕은 항복을 하더라도 백성들은 항복을 바라지 않으리라고 믿소. 삼별초는 이젠 왕이나 어떤 새로운 집권자의 사병이 아닌 백성들의 편이 될 거요.


그들은 자기들의 일은 말하기도 생각하기도 싫은 입장들이었다. 그저 고려땅에 태어난 운명의 탓이라고들만 체념할 뿐이었다. 

-사내는 의를 위해서 싸워야 한다. 싸움은 꼭 이겨야 한다. 이것이 삼별초의 정신이요 각오였던 것이다(이상 '삼별초' 중에서)


3. 소감

처음 보는 어휘들이 많았다. 다음과 같은 어휘들은 지금도 사용하였으면 한다.

흥뚱항뚱 : 어떤 일에 정신을 온전히 쓰지 아니 하고 꾀를 부리거나 마음이 들떠 행동하는 모양 

짜장 : 과연 정말로 

뼈물다 : 무슨 일을 하려고 자꾸 벼르다. 


몇주 동안 식민지 시대, 해방 직후, 고려시대를 배경으로 한 옛날 이야기를 들은 느낌이다. 한마디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역사는 되풀이되는 측면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6. 7. 23.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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