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추천)

수례바퀴 아래서

자작나무의숲 2015. 12. 6. 13:59

1. 개괄

헤르만 헤세가 쓴 <수레바퀴 아래서>를 읽었다. 작가는 1877년 독일에서 태어났고, 1906년 이 작품을 출간하였으며, 1946년 노벨상을 수상하였다. 이 작품은 헤르만 헤세의 자서전으로 알려져 있다. 주인공 한스의 삶이 작가의 삶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마울브론 신학교 체험을 바탕으로 자신을 짓누르는 가정과 학교의 종교적 전통, 고루하고 위선적인 권위에 맞서 싸우는 어리 소년 한스 기벤라트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작가는 1892년 자살을 시도하지만 살아나 1962년 사망하지만, 소설의 주인공 한스는 사고사인지 자살인지 애매하게 죽는다.

 

2. 발췌

그(요제프 기벤라트)의 내면은 속물적이었다. 그가 지녔던 정서는 이미 오래전에 먼지가 되어버렸다.

 

만일 온전한 마음과 신에 대한 경외심을 가지고 있다면, 라틴어 따위는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했다(구둣방 아저씨)

 

너한테 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영혼을 더럽힐 바에야 차라리 열 번이라도 육신을 썩히는 게 낫단다.

 

원래 몹시 가난한 집안의 아이들은 살림을 꾸려가거나 돈을 아끼는 방법을 전혀 터득하지 못하다. 그들은 가진 만큼 다 써버리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럼 그래야지. 아무튼 지치지 않도록 해야 하네. 그렇지 않으면 수레바퀴 아래 깔리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것은 이전의 무미건조한 의무적인 삶과는 비교할 수조차 없을 만큼 깊은 온정이 깃들인 고귀한 삶이었다.

 

사라져가는 소년의 모습과 수줍게 가슴을 펴기 시작하는 남성의 모습 사이에서 온갖 명암이 이들의 얼굴 위에 교차되고 있었다.

 

들쥐가 저장해둔 먹이로 살아가듯이 한스는 예전에 익혀둔 지식으로 얼마간 버텨나갔다.

 

한스의 마음은 실망스럽게도 아버지의 바람을 저버렸다는 죄책감 때문에 우울하고 어두어졌다. 지금 한스는 그저 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푹 자고, 마음껏 울고, 한없이 꿈에 잠기고 싶었다. 그리고 이 모든 번민과 고통으로부터 벗어나 혼자 있고 싶었다.

 

한스는 그들에게 실상 무가치한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무언가를 가득 채워넣을 수 있는 그릇도 아니었고, 다양한 종류의 씨앗을 뿌릴 수 있는 논밭도 아니었다.

 

왜 진작 저 나뭇가지에 목을 매달지 않았던가! 그의 생각은 돌처럼 굳어졌고, 이미 죽음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무엇하나 한스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건강한 삶에는 나름대로의 내용과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젊은 기벤라트의 삶에서는 이미 그 목적과 내용이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그가 어떻게 물에 빠지게 되었는지도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이 소년은 한창 피어오르는 꽃다운 나이에 갑자기 꺾여 즐거운 인생의 행로에 억지로 벗어난 듯한 모습이었다.

 

3. 소감

헤르만 헤세가 추구한 문학의 괴제는 동양 정신과 서양정신의 접목, 지성과 감성의 결속, 현실과 이성의 융합이라고 한다. 헤르만 헤세는 자살을 시도하지만 살아 남고, 소설 주인공 한스는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된 원인을, 번역자는 마음의 안식과 평화를 줄 수 있는 어머니가 한스에게 없었고, 헤세가 자신의 고뇌와 시련을 글로써 승화시킬 수 있었던 반면, 한스는 그런 출구를 발견하지 못한 데서 찾는다. 공감이 가는 분석이다.

 

                 2015. 12. 6.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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