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추천)

관부연락선

자작나무의숲 2015. 11. 27. 21:54

1. 개괄

이병주 소설 <관부연락선>을 읽었다. 일제 말기의 5년과 해방공간의 5년을 무대로 하였다. 도쿄 유학생 시절에 유태림이 관부연락선에 대한 조사를 벌이면서 직접 작성한 기록과, 해방공간에서 교사생활을 함께 한 해설자 이선생이 유태림의 삶을 관찰한 기록으로 양분되어 있다. 역사의 그물로 포획할 수 없는 삶의 진실을 문학이 표현한다는 작가의 확고한 시각을 엿볼 수 있다. 작가가 던지는 메시지는 "당시의 답답한 정세 속에서도 가능한 한 양심적이며 학구적인 태도를 지키고 살아가려고 한 진지한 한국청년의 모습'이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C시는 진주시로 보인다.

 

2. 발췌

물을 보라. 물은 태산을 움직이려고 하지 않는다. 바위가 있으면 돌아간다...대하에 합쳐서 도도한 흐름이 되고 태평양에 끼어서는 수만 톤의 배를 삼키는 격랑이 된다.

 

자기의 주의, 자기의 신념을 살리되 무기를 손에 들지 않고 하는 방향을 택하라는 뜻이다. 이건 가능한 일이다. 불가능한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마하트마 간디를 보면 안다. 진실한 승리는 간디 또는 간디적인 실천을 통한 승리라야 한다.

 

상대방은 원수가 아니고 학생이다. 언젠가는 회해해야 할 학생들이란 점을 잊어선 안돼. 화해를 하자면 그들에게 변명의 여지를 남겨놓아아 하는 거지.

 

인민 대중을 적으로 돌리고 살 수 없다(스페인 내란 때 앙드레 지드)

 

소년에겐 어른들처럼 곤란을 이겨내는 의지가 없다. 그 대신 곤란을 곤란으로서 느끼지 않는 젊은 에네르기가 있다.

 

그런데 이선생, 그 사람을 볼 때 좌익인가 우익인가 하고 구별하는 버릇 좀 없었으면 좋겠어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꿈의 흔적을 한번은 더듬어보고 싶었던 겁니다.

 

문제는 같이 배우자는 게다. 너희들은 나를 통해서 배우고 나는 여러분을 통해서 배운다.

 

4, 5백만 명을 죽이고 80점쯤 되는 나라를 만들기보다 사람 하나 죽이지 않고 60점쯤 되는 나라를 만들자는 편에 나는 서 있는데 경애 씨는 4, 5백만 명을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혁명을 해야겠다는 말씀인가? / 그럼 유선생은 혁명의 희생만 생각하고 불합리한 제도때문에 눈에 보이지 않게 죽어가는 생명은 생각지도 않으시는 모양입니다.

 

다시 말하면 죽인다는 사실은 구체적이고 뚜렷한데 그 행위를 통해서 위해야 하는 명분은 막연하고 불분명하다는 얘깁니다.

 

내게 죄가 있다면 여기 이렇게 살아 있다는 죄밖에 없다. 당신들은 나를 왜 죽지 않고 살아 있느냐고 추궁하고 있는 셈이다. 나는 내가 살기 위해서 아무도 속이지 않았고 아무도 상하지 않았고 아무도 나로 인해 손해를 입게 하지 않았다.

 

운명......그 이름 아래서만이 사람은 죽을 수 있는 것이다.

 

3. 소감

두 가지 선택지를 주고 선택을 강요하는 사회는 불행하다. 일제 시대가 그랬고, 80년대 초가 그랬다. 개인이 자유롭게 선택하고 사회가 이를 몇 가지 흐름으로 정리할 수 있을 때, 흐름과 흐름 사이에 대화를 나눌 때 그 사회는 발전하는 게 아닐까?

 

                     2015. 11. 27.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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