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39회 이상문학상작품집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5. 10. 18. 20:48

1. 개괄

주식회사 문학사상이 발행한 <제39회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읽었다. 대상 수상작 김숨의 <뿌리이야기>를 비롯하여 전성태의 <소풍>, 조경란의 <기도에 가까운>, 이평재의 <흙의 멜로디>, 윤성희의 <휴가>, 손홍규의 <배회>, 한유주의 <일곱 명의 동명이인들과 각자의 순간들>, 이장욱의 <크리스마스 캐럴>이 실려 있다. 김숨의 <왼손잡이 여인>은 자선대표작으로 함께 실렸다.

 

2. 발췌

지구상에 존재하는 것들 중 가장 풍부하고 절묘한 표정을 짓는 것은 인간의 얼굴이 아니라 나무뿌리가 아닐까.

 

원뿌리에서 여러 가닥의 곁뿌리가 갈라져 나오듯, 슬픔이라는 감정에서 여러 결의 감정이 갈라져 나오는 것은 아닐까.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것인지, 내가 왜 없는 게 아니라 있는 것인지. 그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한 적 없어?

 

태어난 자리, 태어난 그 자리, 태어난 바로 그 자리에서 죽음을 맞는......생과 사의 자리가 같은 나무들은 한 번쯤 스스로에게 그런 질문을 할까. 수령 삼사백 년 된 나무들 같은 경우 문득 내가 왜 여기에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을까?

(뿌리이야기 중에서)

 

뿌리 뽑힌 자들이라는 익숙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자유로운 상상력과 새로운 접근법으로 익숙함의 무게를 벗어나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이성이 아니라 감정을, 인간이 아니라 나무를, 냉철한 분석이 아니라 모호한 감상에 기대는 것이 이 소설의 '어떻게'다.

 

오로지 관성으로 추동되는 삶, 그동안의 '나'가 존재의 이유 따위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은 한 번도 뿌리 들림을 겪지않았기 때문이다.

(문학평론가 장두영의 작품론 중에서)

 

3. 소감

김숨의 <뿌리이야기>는 어렵게 읽었고, 전성태의 <소풍>은 쉽게 읽었으며, 이장욱의 <크리스마스 캐럴>은 재미 있게 읽었다. 조경란, 이평재, 윤성희, 손홍규, 한유주 작가의 작품도 유의미하게 읽었다. 판결문이 잘 안 될 때 느낀 답답함, 초조함을 떠올리며 모국어를 빛내는 작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2015. 10. 18. 부산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