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괄
모이제스 나임의 <권력의 종말>을 읽었다. 저자는 36살에 베네수엘라의 무역산업부 장관에 임명된 바 있는데, 몇 년이 지나고 나서 권력에 대한 생각과 실제 권력 사이에는 엄청난 간극이 존재함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가 누릴 수 있는 권력은 자원을 재배치하고, 개인과 조직을 동원하는 일, 좀 더 개괄적으로 말해, 어떤 일들이 일어나게 하는 것에만 국한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요지는 권력이 쇠퇴하고 있다는 데 있고, 그 원인은 양적 증가 혁명, 이동혁명, 의식혁명에서 찾는다. 여기서 양적 증가 혁명이란 인구규모, 생활수준,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사람들의 수, 시장에 나오는 제품 수량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양적으로 증가 했음을 의미하고, 이동 혁명이란, 노동력, 상품, 돈, 아이디어, 가치들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세계 곳곳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의식 혁명은 이런 변화에 수반되는 미래에 대한 기대감과 열정 같은 우리 마음 속의 큰 변화를 반영한다.
2. 발췌
오늘날 세상을 바꾸고 있는 것은 거대세력들 사이의 경쟁이 아니다. 미시권력의 등장과 미시권력이 거대세력에 맞설 만한 능력이 관건이다...(미시권력은) 거대세력의 힘을 저지하고 제한할 수 있는 힘에서 비롯되는 대항권력이다. 그것은 혁신과 독창력에서 나오는 권력이다.
경험에 따르면, 규칙이 많고 엄격할수록 기득권의 우위를 대체하는 데 드는 비용이 더 늘어난다.
권력이 규모와 무관해지면서 베버의 주장처럼 권력을 효과저으로 사용하기 위해 필요했던 거대한 관료조직이 무의미해지는 현상은 이제 세상을 바꾸고 있다.
사람들이 더 많아지고 더 풍족한 삶을 살 때, 그들을 철저히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은 더욱 힘들어진다.
조사자료에 따르면, 민주주의가 성숙한 유럽과 미국, 일본에서 의회, 정당, 법원과 같은 민주적 통제기관과 지도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낮을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권력의 장벽은 완력, 규범, 선전, 보상이 효과를 발휘하는 한 굳건하게 버티고 있다. 하지만 양적 증가 혁명, 이동 혁명, 의식 혁명은 그러한 장벽을 약하게 만든다.
다수표를 얻는 것은 이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보장하지 않는다. 수많은 "미시권력"이 정부의 결정을 거부하고 지연시키고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많은 나라에서 정치 체제가 파편화되면서, 최종 순간에 늘 최소주의에 입각한 의사결정만 내리는 성향과 교착 상태를 낳고 있다. 그 결과 공공 정책의 질은 떨어지고 유권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거나 긴급한 현안을 해결하는 정부의 능력은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과거에는 규모가 속도보다 기업에 유리했다. 그러나 지금은 속도가 규모를 이긴다. 시장에 새로 진입한 소규모 경쟁 업체들도 고객 확인, 제품과 서비스 개발, 계약 조건 이행, 배송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는 도구들을 동등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제 규모는 장점이 아니라 부담이 되고 있다.
최정상에 있는 대기업들도 현상 유지 기술은 잘 이용하지만, 파괴적 기술을 알아보고 이용하는 데는 지독히 서툰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오늘날 미디어 기업의 지배력은 첨단 기술 기업들과 각종 콘텐츠 제공 업체로 점점 넘어가고 있다.
권력이 약화되면서 기존 민주주의 체제와 새로 들어선 미숙한 정치 체제를 가리지 않고 극단주의 정치 세력이 급속도로 성장했다.
정치가 더욱 양극화되면서, 지나친 견제와 균형에 따른 시스템의 결함이 더욱 명백해졌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이것을 거부권 정치라고 부른다...국가 체계를 마비시키는 거부권 정치를 근절하려면 "민중의 풀뿌리 운동에 의한 정치 개혁이 무엇보다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프랜시스 후쿠야마)
3. 소감
법원이 권력기관이 아니라 인권침해구제기관으로 자리매김하되면 어떨까?
2015. 4. 4.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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