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정치사회)

이창근의 해고일기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5. 3. 20. 22:26

1. 개괄

<이창근의 해고일기>를 읽었다. 저자는 쌍용자동차 해고 근로자로서 현재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굴뚝 위에서 농성중이다. 이 책은 2009년 쌍용자동차에서 해고된 이후 2014년 공장 굴뚝 위에 오를 때까지 저자가 주요 일간지, 주간지에 기고한 글을 모은 것이다. 해고 근로자 및 가족 24명이 자살 내지 재해로 사망한 내용도 기록되어 있다.

 

2. 발췌 

누런 봉투에 담긴 한 장의 정리해고 통지서...그 종이 한 장의 힘은 대단했다. 조합원을 산 자와 죽은 자로 정확히 갈랐다.

 

파업 당시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은 "해고는 살인이다"를 외쳤다...어쩌면 쌍용자동차 문제가 다시 사회적 이슈로 확대된 것은 가슴 아프게도 '이어지는 죽음' 때문이었다.

 

2007년 유럽연합 기회균등위원회에서 낸 보고서가 있다. 여기엔 해고된 노동자에게 국가가 해야 할 첫 번째 역할이 적시돼 있는데 그 내용은 "더 나은 일자리 제공"이다.

 

벌써 24명의 노동자와 가족이 저승으로 나 있는 뱃길을 따라 가지 않았는가

 

해고가 경제적 관계의 단절 뿐만 아니라 사회 심리학적 문제까지 포함하는 문제임을 사회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그것이 '와락'으로 이어졌다.

 

전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자서전 <스님은 사춘기>에서 '당신의 스승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받으면 늘 '죽음'이었다고 이야기한 바가 있다.

 

일전에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선생은 나와 내 아이에게 '괜찮아 당신의 잘못이 아니야" "얘야 그건 아빠의 무능함이나 잘못이 아니야"라는 별 싱거운 말을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마법처럼 이 말은 꺾인 무릎을 세우는 기적 같은 힘을 발휘했다.

 

기타노 다케시는 일본 지진 피해에 대한 언론 보도에 다음과 같이 일갈했다. "이 지진을 2만 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으로 생각하면 피해자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한 사람이 죽은 사건이 2만 건 있었다"라고.

 

정리해고가 구조조정의 유일한 방법인 것처럼 똬리를 틀고 있는 마당에, 2011년에만 정리해고자가 10만 3,000명에 이를 정도로 해고가 일상인 시대에 무슨 설명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준비한 것이 H-20000 프로젝트다. 시민의 힘을 모아 기계 부속품 2만 개를 구입해 쌍용차 해고자들이 자동차를 직접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곳엔 내게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있었다. '플립사이드' 사전적 의미로는 레코드의 뒷면 혹은 B면 사람이나 사물이나 현상의 이면, 또 다른 면, 반대면을 가리키는데 어떤 책에서는 이를 좌절의 순간 발견한 작지만 소중한 기회라는 의미로도 쓴다고 한다. 친구들과 고향 어머니를 보며 생각한다.

 

3. 소감

읽는 내내 불편했다. 정녕 이 길밖에 없을까? 상생의 길은 어디에 있을까

 

        2015. 3. 20.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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