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성찰)

수도원기행2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4. 12. 31. 21:11

1. 개괄

공지영의 <수도원기행2>를 읽었다. 나는 <인간에 대한 예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고등어>, <지리산행복학교>, <의자놀이>를 읽고 공지영 작가에 관한 일정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이 책은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게 해주었다. 이 책은 작가가 카톨릭 신자로서 왜관수도원을 시작하여 미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에 있는 성 베네딕도회 소속 수도원, 수녀원을 방문하고 겪은 영적 체험을 담고 있다.

 

2. 발췌

나는 직업이 작가이기에 돈을 벌기 위해 글을 쓰지만 돈만을 위해 글을 쓰지는 않는다.

 

강한 사람이란 자기가 얼마나 약한지 아는 사람이다. 그래서 약한 나는 스스로 강하다는 착각 속에서 산산이 부서지고 있었다.

 

노동은 수도공동체의 자급자족을 위한 것일 따름이다...당닫하되 겸손하게 가난할 수 있는 것이며, 수도원의 살림살이를 외부 사람들의 도움에 의하지 않게 되어 언제나 떳떳하게 일할 수 있게 하는 절대적 조건이 바로 이 노동인 것 같았다.

 

성경에서 말하는 가난은 그가 지금 가지고 있는 재산의 유무와 아무 상관이 없다...가난이란 이 모든 것의 주인이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돈 없어도 괜찮아요. 수도원이 돈 없어서 망한 적은 없어요. 돈 많아서 망한 일은 많지만.

 

죽고 사는 것이 전혀 문제 되지 않는 그날까지는 살아도 사는 게 아닙니다(앤소니 드멜로 신부)

 

그 완벽한 소통의 수단은 단 하나, 침묵이라는 것을 나는 이제 안다.

 

나는 이제 안다. 그들이 나를 비난한다고 내가 불행해하는 것은 그들이 나를 칭찬한다고 내가 행복해하는 것만큼이나 허망한 일이라는 것을. 누구나 자기 앞에 놓인 생의 길을 가는 것이다.

 

산다는 것은 질문을 받는다는 것, 우리 모두는 대답을 해야 하는 자들이다(빅터 프랭클).

 

어떤 의미에서 신앙이란 자기 자신의 유한하고 불확실한 지식을 초월하려는 정신의 개방이다(에디트 슈타인)

 

삶에는 여전히 먹구름이 다가오지만 우리는 더 이상 구름이 아니다. 우리는 이제 하늘이다(앤소니 드 멜로)

 

사실 사람은 어쩌면 큰일이 닥칠 당시에는 얼결에 용기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삶은 지속된다. 격렬한 사고가 지나간 후, 일상으로 그것을 버텨 내야 한다. 그것은 순교보다 어렵다.

 

예전의 나는 딸만은 아무 고통도 받지 않기를 원했지만, 그건 말하자면 신기루보다 더한 환상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세상에 태어나 단 한 사람도 고통을 피해 간 사람은 없다. 세상은 고통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나면 살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보수였던 베네딕도 16세, 그는 자신의 보수적 세계관과 그의 주변에 있는 보수적인 참모들로는 도저히 현실의 난국이 타개되지 않을 것임을 알았고, 학자였기에 이천 년의 문헌을 뒤져 자신이 죽지 않고도 물러날 방법을 찾아냈으며, 그래서 지금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탄생한 것이다. 교황이 되고도 철옹성 같은 교황청 안의 숙소로 들어오길 거부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대신 보수적인 베네딕도 16세가 교황청 안, 그것도 골방에 자신을 대신 가두고, 실은 자신과 정반대의 성향을 가진 프란치스코를 방어하고 지원해주고 있는 셈인 것이었다. 

 

삶은 낯선 여인숙에서의 하룻밤(아빌라의 성녀 테레사)

 

우리에게 내일을 향해 움직이게 하는 데 고통보다 더욱 효과적인 박차는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하느님께서 야곱의 엉덩이를 발로 걷어차신 이유입니다.

 

3. 소감

카톨릭 신자는 아니지만 상트 오틸리엔 대수도원에서 몇달간 머무르고 싶다. 책 110쪽에 있는 길을 걷고 싶다. 걷고 노동하고 산책하고 걷고 노동하고 산책하고...그래서 버틸 수 있게 힘을 달라고 신께 기도하고 싶다. 

 

        2014. 12. 31.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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