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역사)

나의 한국현대사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4. 12. 27. 15:51

1. 개괄

유시민이 쓴 <나의 한국현대사>를 읽었다. 저자가 태어난 1959년에서 이 책을 쓴 2014년까지 55년의 대한민국 역사 중 저자가 주목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사실들에 대한 기록이다. '4·19와 5·16' '경제발전의 빛과 그늘', '한국형 민주화', '사회문화의 급진적 변화', '남북관계 70년'이 소제목이다.

 

2. 발췌

산업화세력을 보수, 민주화세력을 진보라 할 경우 대한민국 국민은 보수와 진보 두 진영으로 확연하게 나뉘어 있다.

 

국가의 정통성은 내부에서 형성된다. 내세우는 이념이 무엇이든 국민이, 민중이, 인민이, 또는 대중이 그 나라의 국민임을 기꺼이 받아들일 때, 국가의 결정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복종할 때, 외부의 침략과 내부의 무질서에 대항해 공통체를 지키려고 헌신하려는 태도를 보일 때, 그 국가는 정통성이 있는 국가가 되며 자연스럽게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는다.

 

박정희 정부는 산업화와 경제발전의 토대를 구축했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과정을 지배한 것은 기회균등과 공정경쟁이 아니라 약육강식의 정글법칙이었다. 이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반드시 그렇게 되었어야만 할 이유는 없다. 다른 방식으로 발전을 이루어 지금과는 크게 다른 사회가 되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역사는 두 길을 가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박정희 정부 이래 개발독재와 재벌 중심의 자본 축적, 수출주도형 산업화의 길을 걸었다.

 

산업화의 성공은 정부와 재벌의 관계를 바꾸어 놓았다....정부가 권력으로 기업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재벌이 돈으로 정치권력을 관리하게 되었다.

 

재벌이 새로운 지배계급으로 헌법 위에 군림하는 사태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은 국가권력을 통한 정치적 민주적 개입과 통제뿐이다. 나는 이것이 '경제민주화'의 핵심이라고 본다.

 

어느 특정한 시점에는 경제발전과 민주주의가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경제적 번영과 민주주의는 어디에서나 함께 진전되었다.

 

칼 포퍼는 어떤 국가가 민주주의 체제인지 전제정치 체제인지 가리는 기준을 하나로 정리했다. 다수 국민이 마음을 먹을 때 정권을 평화적으로 교체할 수 있으면 그 나라는 민주주의 국가다. 그게 불가능한 나라는 독재국가다.

 

4·19는 민주주의 정치혁명의 전형이었다. 우리 국민은 '연속적 동시다발적 전국적 도시봉기'를 통해 독재자를 축출하고 정권을 교체하는 최초의 역사적 위업을 이루었다.

 

사람들은 민주주의를 어제 내린 눈처럼 새롭지도 귀하지도 않은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2008년 이후 이것은 착시현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났다.

 

국방부 금서목록에 오른 책들은 날개 돋친 듯 팔렸다. 국가의 사상통제에 대한 시장의 반격이었다.

 

전태일 이전에도 전태일 이후에도 억압과 착취에 항거하면서 목숨을 끊은 노동자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누구도 역사에 전태일만큼 뚜렷한 각인을 남기지는 못했다. 전태일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어린 여성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분신했다. 그는 평화시장 노동자들 가운데 급여수준이 가장 높은 재단사였다.

 

사실 성공적인 정부의 세 가지 주요 적은 이데올로기, 도덕성, 공포이다. 이데올로기에 의존하는 정부는 실패하기 쉬운데, 이데올로기는 역사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이데올로기는 경험을 받아들이는 데 필수적인 개방성을 낳지 않고 오히려 폐쇄적인 사고체계를 낳는다(버넌 보그다너).

 

전체주의 국가 또는 병영국가는 집중을 추구하는 권력의 본성을 극단까지 밀고 간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념의 통일성이다.

 

역사란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니, 그것은 엄청난 재산을 소유하지도 않으며 전투를 벌이지도 않는다. 모든 일을 행하는 것은, 소유하고 싸우는 것은 오히려 인간, 즉 현실의 살아 있는 인간이다(에드워드 H. 카, <역사란 무엇인가>)

 

규제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사회의 질서를 표현한다.

 

3. 소감

1965~2014년을 살고 있는 나로서는 낯 익은 이야기가 많았다. 한해를 마무리하는 이 즈음 한번 읽어보고 싶어서 읽었다.

 

 2014. 12. 27.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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