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역사)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1. 3. 29. 18:50

김영수 <사마천, 인간의 길을 묻다>를 읽었다. 선물받은 책이다. 저자는 사마천 <사기>와 관련하여 1999년 <지혜로 읽는 사기>를 출간한 이래 줄곧 <사기>의 대중화를 목표로 연구해 온 학자다. 이 책은 <사기>의 내용을 15개의 주제로 분류하여 소개한 책이다. 인상 깊게 읽은 구절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춘추전국시대 약 550년은 중국사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였다. 필자는 이 시기의 가장 큰 특징으로 '인류가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다 했다'는 점을 늘 강조한다.

 

사마천은 헛된 죽음을 경멸한다. 그런 죽음은 '아홉 마리 소에서 털 하나'를 뽑는 것과 다름없다.

 

나는 말 위에서 천하를 얻었다. 그까짓 <시경>이나 <상서> 따위로 뭘 어쩌잔 말인가?(한 고조 유방) / 말 위에서 천하를 얻으셨는지는 몰라도 말 위에서 천하를 다스릴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육고)

 

유머 감각이 뛰어난 사람은 세속에 초탈하여 재물에는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진평의 일생을 꼼꼼히 추적하다 보면 그가 무서운 사람이라는 사실도 발견하게 된다. 그의 진정한 무서움은 '기다림'에 있었다.

 

태산은 한 줌의 흙을 사양하지 않았기에 그렇게 높고 강과 바다는 작은 물줄기조차 가리지 않았으므로 그렇게 깊은 것입니다.

 

진시황과 2세 황제 호해 모두 무시했던 '위 아래의 언로가 막히면 나라를 막친다는 옹폐지, 국상야'의 이치는 진의 멸망을 가속화한 가장 큰 원인이었다.

 

대체로 천하를 아우를 때는 계략이나 무력이 중요하나 안정되었을 때는 권력, 즉 힘의 균형에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유방이 각 현의 원로인 부로들을 초청하여 발표한 '약법삼장'이라는 공약은 그가 민심의 추이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었음을 잘 보여준다.......법이 간략할수록 더 많은 민심을 얻는다.

 

아무리 강한 사람이라도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으며 아무리 지혜로운 자라도 모든 일을 다 돌볼 수 없다.

 

대개 정치가 간소하고 쉽지 않으면 백성들이 가까이하지 않는다. 정치가 쉽고 가까우면 백성들이 반드시 모여든다.

 

능력 있는 자의 일을 대신하려 하지 말 것이며 아랫사람의 구체적인 일에 간섭하지 말라.

 

나라의 안정은 도덕의 힘에 있지 냉혹한 법령에 의존할 수 없다.

 

저자는 소설 <삼국지>가 정사 <사기>에 비해 과도한 지위를 누려왔다고 개탄한다. 공감한다. 사마천이 위대한 역사가임을 새삼 느꼈다. 사기를 완성하기 위하여 사형 대신 궁형을 자처한 사마천의 용기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외람되게 말한다면, 이 책의 저자 역시 담대한 꿈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사마천의 꿈과 같은지는 몰라도. 일독을 권한다.

 

         2011. 3. 29. 진주에서 자작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