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괄
한학수의 <진실, 그것을 믿었다>를 읽었다. 저자는 MBC 피디로서 <피디수첩> <아프리카의 눈물>을 연출했다. 이 책은 황우석 사태 취재 파일이다. 황우석 사태란 위대한 과학자로 칭송받던 서울대 황우석 교수의 <사이언스> 기고 논문,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 수립이 조작되었음을 밝혀지고 교수직에서 파면당하고, 형사처벌을 받는 일련의 사태를 말한다.
2. 발췌
문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것을 '문제로서 구성'해 풀어내지 않고 덮어 버린다면, 언젠가 그 근원적 문젯거리는 더 커져서 끝내는 폭발하고 말 것이다. 우리가 황우석 사태를 과거로 치부하고 어설프게 덮어서는 안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가장 간편하게 사건을 처리하는 방법은 희생양을 만드는 것이다.
진실과 국익 중에 어느 것이 우선인가요? / 언론인이라면 무엇보다 우선하는 가치가 '진실'이며 진실을 추구하는 것만이 궁극적으로 국익에 이바지 할 수 있다.
사실 배아 줄기세포는 암세포로의 역분화 가능성이 있습니다. 줄기세포가 암세포로 많이 갈 수 있어요. 줄기세포 자체가 암세포랑 비슷하거든요.
나는 분명히 결심했다. 내가 알게 된 이상, 이 진실은 반드시 세샹에 드러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제 비로소 공식적으로 나와 황우석 교수가 링에 올라야 할 때가 다가온 것이었다. 그 링에서 누군가는 '명예'를 잃을 것이다. 명예를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다. 그런 것이 '이 바닥에서 통해야 할 도리' 아닌가?
지난 세월 동안 한국 사회에서는 많은 내부 고발자들이 있어 왔으나 우리 사회는 이들을 가혹하게 왕따시켰으며, 심지어는 인생을 망가뜨려 왔다.
이제 모든 개인들과 집단들은 앞으로 벌어질 황우석 사태에 대해 '자신의 태도'를 갖게 될 것이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표명해 갈 것이 예상되었다. 각자의 태도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격동하면서 변화해 갈 것이다. 처음엔 혼란이 있겠지만 서서히 진실이 드러날수록 판세는 한 방향으로 기울 것이다. 진실의 힘! 그것을 믿었다.
이렇게 판이 큰 때일수록 더욱더 정직하게 모든 것을 공개해야 했다.
가장 과학적으로 대응해야 할 사람들은 사실과 논리 이외의 책략으로 무장해 있을 때, 정작 과학자도 아닌 우리만이 외골수처럼 과학적 검증에 몰두해 온 것이었다. '정치의 논리'앞에 '과학의 논리'가 압도당하는 순간이었다.
인간 최승호의 진가는 YTN 사태 이후에 더 빛을 발하는 것이었다. 그는 확고했다. 여기서 우리 취재내용을 덮는 것은 죄악이며, 어떻게든 수를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학수야 네가 구속돼라." 하여튼 이날 마시는 맥주는 예사 맥주가 아니었다. 팀장과 나는 우리의 모든 것을 걸기로 작정한 것이었다.
우리가 모든 것을 포기해도 결코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 과연 무엇인지 선명하게 깃발에 새겨야 했다. 새겨야 할 말은 '진실의 힘'이었다. 이 싸움은 진실과 거짓 사이에 넘을 수 없는 전선이 그어져 있다는 것! 바로 그것을 밝히는 편지가 되어야 했다.
진실! 그것은 여리고 쉽게 망가져서 이 거친 세상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에는 그 힘을 누구도 거스를 수 없었다.
저는 최후의 승리를 추호도 의심하지 않습니다. 더욱 강한 확신으로 거듭 말씀드립니다. 진실이 전진하고 있고, 아무것도 그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할 것입니다. 오늘에서야 '사건'이 진정으로 시작되고 있는데, 왜냐하면 오늘에서야 각자의 입장이 확실해졌기 때문입니다(에밀 졸라 <나는 고발한다> 중)
3. 소감
한학수 피디는 지금 MBC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MBC의 힘은 어디서 나올까?
2014. 11. 9.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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