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물)

백석평전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4. 7. 3. 22:46

1. 개괄

안도현 시인의 <백석평전>을 읽었다. 안도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인 중 한 명이다. 이 블로그 시 암송이라는 카테고리에 안도현의 시 '너에게 가려고 강을 만들었다'와 '간격' 두편이 올라 와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안도현 시인이 가장 닮고 싶어하는 백석의 생애와 문학을 정리한 책이다.

 

2. 발췌

음식의 공유는 기억의 공유로 곧잘 이어진다.

 

소월이 시의 '노래'로서의 기능에 심취했다면 백석은 묘사를 통한 '이야기'의 효과에 더 끌렸던 것이다.

 

가난한 집안의 백석이 유학길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정주 출신 사업가 방응모 덕분이었다.

 

일본 유학시절 습작기부터 그는 '가장 모던한 것'과 '가장 조선적인 것'을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백석은 식민지로 오염되고 왜곡되기 이전의 고향, 즉 시원의 순결성을 가지고 있는 고향과 고향의 방언에 착안했다. 고향의 말인 방언이야말로 몰락의 길을 치닫고 있는 조선의 현실을 지켜낼 수 있는 하나의 시적인 역설로 작용할 수 있으리라고 그는 판단했다...'내가 가장 잘 알고 있는 것, 나와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 가장 새로운 것이지'

 

백석은 시어를 현실생활과 거리가 있는 생경한 '지식의 언어'가 아닌 생활과 일체감을 느낄 수 있는 명료한 일상의 어휘로 운용하였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흰 바람벽이 있어' 중에서)

 

하숙집에서 멀지 않은 성천강 둑길을 걸으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보았다. 강물은 듣는 척도 하지 않고 동해 쪽으로 묵묵히 흐르고 있었다.

 

나는 낡은 국수분틀과 그즈런히 나가 누워서

구석에 데굴데굴하는 목침들을 베여보며

이 산골에 들어와서 이 목침들에 새까마니 때를 올리고  간 사람

들을 생각한다

그 사람들의 얼굴과 생업과 마음들을 생각해 본다('산숙' 중에서)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중에서)

 

백석은 정치적인 것과 예술적인 것의 경계에 서 있고자 하였다. 그런 태도가 장차 자신의 운명을 결정하게 됟다는 것을 그는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해방 전 남한에서 그는 가장 주목받던 시인의 한 사람이었지만 해방 후 북한에서 시인으로서의 말년은 행복하지 못했다. 그러나 한 사람의 자연인으로 생을 마친 백석에 대해 우리는 그가 살아온 삶을 단정적으로 말하지 못한다. 삶은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3. 소감

단숨에 다 읽었다. 일독을 권한다. 다만, 내가 읽고 싶은 것은 안도현의 백석평전이 아니라 안도현의 새로운 시집임을 밝혀둔다.

 

                 2014. 7. 3. 창원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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