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희곡)

검찰관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4. 3. 12. 19:35

1. 개괄

니꼴라이 고골의 희곡 <검찰관>을 읽었다. 저자는 1809년 우끄라이나에서 출생하였고, 상뜨뻬쩨르부르그 대학교에 역사학 교수를 지낸 바도 있으며, 1852년 모스끄바에서 우울증에 시달리다 사망하였다. 뿌슈킨이 고골에게 자신이 경험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었고, 고골이 이 에피소드를 <검찰관>의 모티프로 삼았다.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러시아의 어느 소도시에 암행 검찰관이 온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시장 안똔 안또노비치 스끄보즈나끄드무하노프스끼를 비롯한 관리들은 여관에 묵고 있던 허풍쟁이 하급관리 흘레스따꼬프를 검찰관으로 착각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비리를 감추기 위해 가짜 검찰관에게 뇌물을 제공하고 연회까지 베풀어준다. 흘레스따꼬프는 시장의 딸에게 청혼을 하고 떠나간 후 가짜검찰관의 정체를 알아차리고 경악에 빠져 있는 이들에게 진짜 검찰관이 도착했다는 소식이 알려진다.

시대적 배경은 공포정치로 국민을 다스린 러시아 니꼴라이1세 통치시대다. 이 작품에는 긍정적인 인물이 한 명도 없고 오직 부정적인 인물들만 등장한다. 그래서 선과 악의 투쟁이 없다. "단 하나 긍정적인 것이 있다면 그것은 웃음이다"라고 고골은 말했다. 

 

2. 발췌

제 낯짝 비뚤어진 줄 모르고 거울만 탓한다(러시아 속담). 

 

이 세상에 죄 없는 놈이 어디 있어. 이미 처음부터 하느님이 그렇게 만들어놓은 거야. 볼테르 주의자들이 그걸 쓸데없이 비난하고 있는 거지.

 

저는 모든 사람에게 뇌물을 받는다고 공공연하게 말합니다. 그런데 그 뇌물이란 게 뭔 줄 아세요? 사냥개 보르조이종의 강아지입니다. 이건 뇌물이라고 할 수도 없어요.

 

3. 소감

번역자인 조주관 박사의 작품해설에 따르면, 고골의 모든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흐르는 것은 혼돈과 무질서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속물성과 탐욕이다. 속물들은 추상적이거나 형이상학적인 주제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무관심하다. 특히 <검찰관>의 관리들에게 나타나는 속물성은 어떠한 창조성도 결여한 채 그 사회의 가정 저열한 정신만을 모방하고 있는 자들의 속성이다.

작품해설을 보니 이 작품은 국가관료주의가 팽배하던 니콜라이 1세 시대의 오해받은 정체성과 공포에 대한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루었다고 한다. 작가를 도덕적 지도자로 인정하는 것은 러시아의 오랜 전통이라고 한다. 정부의 온갖 검열에도 불구하고 작가들은 진실한 말을 꾸준히 해 왔다고 한다.  

드라마를 본 듯이 재미 있게 읽었는데 그렇게 깊은 뜻이 있을 줄이야......

 

                2014. 3. 12.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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