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추천)

이반 일리치의 죽음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3. 9. 1. 20:22

1. 개괄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인간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바보 이반>, <두 노인> 등을 읽었다. 신원문화사가 2007년 발행한 소설집에 중 단편 소설 8편이 들어 있었다.

<이반 일리치의 죽음> : 주인공 이반 일리치는 항소법원 판사인데 마흔 다섯에 죽는다. 죽는 순간까지 그 직무와 기계적 생활에 몰두해서 살다가 죽음에 직면에서야 비로소 자신이 참다운 생활을 한 적이 없다고 깨닫고 소스라치게 놀란다. 그는 가볍고 유쾌하고 고상하게 사는 것을 추구했는데 그 가볍고 유쾌하고 고상한 삶 밑에 깔려 있던 무서운 진실이 어느 날 그를 덥친다.

<사람에겐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 하루 해가 떠 있는 동안 걸아 갈 수 있는 만큼의 땅을 소유할 수 있다는 제안을 받은 주인공 바흠이 걷다가 걷다가 지쳐 죽었고, 결국 그가 얻은 건 그의 키를 조금 넘는 길이의 묻힐 땅 2미터였다.

 

2. 발췌

이반 일리치에게 필요한 것은 5,000루블의 지위뿐이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는 5,000루블이란 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를 높이 평가하지 못한 관청에서 떠나고 싶어 한 것이다.

 

언제나 똑같은 일의 연속이다. 끝없이 되풀이되는 밤과 낮, 차라리 빨리, 아니 무엇이 빨리란 말이냐? 죽음, 암흑, 싫다, 싫어! 어떤 것이든지 죽음보다는 낫다! / 자기는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규칙적으로 언덕을 내려오고 있었다. 정말 그렇다. 사회적으로 보면 자기는 언덕을 올라가고 있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사실은 그와 반비례해서 생명이 발 밑에서 도망쳐 가버린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보다시피 죽음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죽는게 낫다!

 

그의 육체상의 고통보다 훨씬 무서운 것은 정신적인 고통이었다. 그리고 여기야말로 그의 고뇌의 주체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반대하려고 했던 극히 희미한 마음의 움직임, 그가 항상 곧 몰아내자, 몰아내자고 했던 극히 희미한 마음의 움직임, 오직 그것만이 잔짜이며 나머지 것은 모두 가짜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마음에 싹트기 시작했다.

 

그가 저쪽으로 뚫고 나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은, 바로 자기의 생활이 옳았다는 의식이었다. 자신의 생활을 긍정하는 이 의식이 그를 꼭 붙잡고 앞으로 가지 못하게 하는 주체였다. 그는 그것으로부터 가장 심한 고통을 맛보았다(이상 <이반일리치의 죽음> 중에서 인용).

 

그러나 이 나라에는 단 하나의 습관이 있었다. 그것은 다름이 아니라 손에 굳은 살이 박힌 사람은 식탁에 앉아 식사할 수 있지만 굳은 살이 없는 사람은 남이 먹다 남은 것을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바보 이반> 중에서)

 

일껏 바다를 건너서 그리스도를 찾아 간다고 해도 자신 안에 있는 그리스도를 잃어버리게 된다.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지(<두 노인> 중에서) 

 

사람의 내부에는 무엇이 있는가? / 저는 인간 내부에 있는 것이 사랑임을 알았습니다.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 바로 자기 육체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아는 지식이었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 모든 인간이 자기만을 생각하고 사는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중에서)

 

3. 소감

톨스토이에게 인생이란 선에 대한 희구다. 톨스토이의 작품 속에는 사랑을 통해 선이라는 목적을 향하는 노력이 담겨 있다. 톨스토이는 자신의 가정생활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재산과 저작권을 포기하고 자기 자신과의 극적인 화해에 도달하기 위해 집을 버리고 방황의 길에 올랐다가 랴잔우랄 철도의 아스타포프역에서 폐렴에 걸려 하차 역장집에서 82년에 걸친 고뇌와 파란의 생을 마쳤다. <부활>, <전쟁과 평화>와는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2013. 8. 31.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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