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추천)

마담 보바리를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2. 12. 31. 18:17

1. 개괄

귀스타브 플로베르 <마담 보바리>를 읽었다. 저자는 1856년 이 책을 완성했고 작품의 몇몇 대목이 선정적이고 음란하다는 이유로 기소당했으나 무죄판결을 받았다. 작가는 "형식이 결여되어 있으면 생각도 없는 법이다. 형식과 내용 중 하나를 탐구한다는 것은 곧 다른 하나를 탐구하는 것이다. 질료와 색채를 따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듯이그 두가지는 서로 떼어서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법이 곧 진리다"라고 말하였다. 그가 품고 있는 소설이론의 바탕은 내용과 형식의 일체성이라고 볼 수 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시골의사 샤를르 보바리는 자신보다 나이가 더 많고 돈푼이나 있어 보이는 과부와 결혼했다가 첫 부인이 죽게 되자 엠마 루오라는 처녀와 재혼한다. 그녀는 결혼에 대한 지극히 낭만적인 공상으로 머리속이 가득차 있다가 막상 결혼을 하고 나자 남편이 매우 몰취미한 바보라고 느끼기 시작하여 현실 생활에 대한 권태가 심해지고 꿈같은 다른 삶을 갈구하게 된다. 마담 보바리는 로돌프와 레옹의 정부가 되고 생활은 무질서해지고 가산은 탕진된다. 그녀는 엄청난 빚을 지고 빚쟁이에게 시달리며 몸을 받쳤던 정부들에게 버림받자 음독자살한다. 남편도 아내의 빚을 갚으려고 노력했으나 파산 지경에 이르고 남들에게 손가락질을 받게 되니 그도 곧 죽는다.

 

2. 발췌

무도회가 벌써 얼마나 먼 옛날 일처럼 생각되는 것인가! 대체 무엇이 그저께 아침과 오늘 저녁 사이를 이토록 멀리 떼어 놓는 것일까?

 

생각이 조금씩 한곳에 머물게 되자 그녀는 잔디 위에 앉아 양산 끝으로 풀밭을 콕콕 찌르면서 마음속으로 되풀이했다. 맙소사, 내가 어쩌자고 결혼을 했던가?

 

엠마는 자신의 사랑을 의식하면 할수록 그것이 밖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그리고 그것을 약화시켜 보려고, 속마음을 억누르는 것이었다. 그녀는 레옹이 그것을 눈치채 주었으면 했다.

 

정열이야말로 이 지상에 있는 유일하고 가장 아름다운 것이 아니겠습니까? 영웅적인 행동과 감격, 시, 음악, 예술 그밖의 모든 것의 원천이 아니겠습니까?

 

도덕에도 두 가지가 있거든요....하나는....저기 모인 바보들의 집단처럼 속된 도덕입니다. 다른 하나는 영원한 것으로 우리들을 에워싸고 있는 풍경과도 같이, 또 우리들을 비춰주는 창공과도 같이, 우리들의 주변에 있고 또 우리들 위에 있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가축들과 함께 어울려 지낸 나머지 그녀는 가축들처럼 말이 없고 덤덤해져 있었다.

 

너그러움만이 인간의 마음을 종교로 인도하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이겁니다.

 

그(보바리)를 바라보면 볼수록 단조롭기만 한 그 광경이 점차 그녀(엠마)의 마음 속에 일던 모든 연민의 감정을 쫓아버리는 것이었다.

 

새처럼 도망쳐 날아가서 어딘가 멀리 깨끗하고 순결한 곳에서 다시 젊어지고 싶었다.

 

그녀가 어느 때보다도 더한 사랑을 고백하고 있는 지금 오히려 그녀를 잃게 된다고 생각하자 자신의 전 존재가 절망으로 무너져 내리는 것만 같았다.

 

3. 소감

속은 뜨겁고 겉은 찬란한 플로베르의 스타일을,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플로베르의 단말마적 고통을 제대로 읽지는 못했지만, 사실주의 소설의 성서인 줄은 모르겠지만, 선정적이고 음란하다는 이유로 기소된 사건에서 무죄판결이 선고된 것은 지극히 정당하다는 점을 확신하였다.

 

    2012. 12. 31.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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