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괄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읽었다. 저자는 체코슬로바키아에서 태어났고 1975년 프랑스에 정착하였다.
주인공은 다음과 같다.
토마시 : 체코의 유능한 외과의사였는데 첫 부인과 이혼하고 바람둥이로 살다가 호텔 바에서 만난 테레자를 동정하다가 결국 사랑하게 된다. 체코가 1968년 소련의 침공을 받은 후 스위스로 망명을 갔다가 테레자가 귀국하자 자신도 곧이어 귀국을 한다. 신문에 기고한 글 때문에 소련당국의 박해를 받아 병원에서 쫓겨나고 청소노동자, 농민으로 살아 간다.
테레자 : 토마시를 사랑하나 끝임없이 사랑을 확인한다. 토마시가 끊임 없이 다른 여자와 만나는 것을 참지 못하며 스위스에서 돌아 온 뒤에는 프라하를 떠나 농촌에 정착하게 된다. 교통사고로 토마시와 함께 죽는다.
사비나 : 화가로 토마시의 연인이었는데, 조국과 역사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하며, 스위스로 망명했다가 미국으로 건너간다. 스위스에서는 프란츠의 연인이 된다.
2. 발췌
파르메니데스는 이렇게 답했다. 가벼운 것이 긍정적이고 무거운 것이 부정적이라고. 그의 말이 맞을까? 이것이 문제다. 오직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모든 모순 중에서 무거운 것-가벼운 것의 모순이 가장 신비롭고 가장 미묘하다.
호텔을 나와 취리히의 집으로 돌아가면서 토마시는 달팽이가 자신의 집을 메고 다니듯 자기도 자신의 삶의 방식을 휴대하고 다닌다는 생각을 하며 행복을 느꼈다. 테레자와 사비나는 그의 삶에 있어서 두 극점, 서로 멀리 떨어져 화해가 불가능하지만 하나같이 아름다운 극점을 표상했다.
파르메니데스와는 달리 베토벤은 무거움을 뭔가 긍정적인 것이라고 간주했던 것 같다. 진중하게 내린 결정은 운명의 목소리와 결부되었다. 무거움, 필연성, 그리고 가치는 내면적으로 연결된 개념이다.
우리 생각에는 인간을 위대하게 하는 것은, 아틀라스가 어깨에 하늘을 지고 있듯 인간도 자신의 운명을 짊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 인생의 드라마는 항상 무거움의 은유로 표현될 수 있다.
사비나의 드라마는 무거움의 드라마가 아니라 가벼움의 드라마였다. 그녀를 짓눌렀던 것은 짐이 아니라 존재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었다.
잔인성과 폭력성은 이 세계의 부수적 측면에 불과했다. 집단수용소, 그것은 사생활의 완전한 청산이었다.
테레자는 가벼움을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그녀는 시대착오적인 사고로부터 벗어나는 법을 배우고 싶었던 것이다.
내 생각에는 한 가지 필연이 있었다. 사랑이 아니라 직업이었다. 토마시가 의학을 택한 것은 우연이나 합리적 계산이 아니라 깊은 내면의 욕구에 따른 것이었다.
선악의 경계는 끔찍할 정도로 모호하지요. 나는 누구의 징계도 요구하지 않았으며, 그런 것은 전혀 내 목적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한 일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을 징계하는 것은 야만입니다.
소설 인물들은 하나의 상황, 하나의 문장, 그리고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았거나, 본질적인 것은 여전히 언급되지 않았지만 근본적이며 인간적 가능성의 씨앗을 품고 있는 은유에서 태어난다.
유럽 역사와 마찬가지로 보헤미아 역사도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을 것이다......역사란 개인의 삶만큼이나 가벼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운, 깃털처럼 가벼운, 바람에 날리는 먼지처럼 가벼운, 내일이면 사라질 그 무엇처럼 가벼운 것이다.
인간의 참된 선의는 아무런 힘도 지니지 않은 사람들에 대해서만 순수하고 자유롭게 베풀어질 수 있다.
인간의 시간은 원형으로 돌지 않고 직선으로 나아간다. 행복은 반복의 욕구이기에, 인간이 행복할 수 없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3. 소감
가벼움과 무거움으로 사랑을 바라보는 점이 특이했다.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 본질적으로 개와 인간 사이의 사랑보다 열등하게 창조되었다'는 구절에서 저자가 추구했던 사랑이 이해관계 없는, 자유로운 사랑이었을까? 사랑하면서도 사랑받기를 원하지 않는 그런 사랑이었을까? 추측해봤다.
2012. 10. 6. 부산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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