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소설)

7년의 밤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2. 1. 16. 21:47

1. 제목

정유정 장편소설 <7년의 밤>을 읽었다. 7년의 밤은, 사형수 최현수가 살인을 저지르고 사형 집행이 될 때까지 기간이자, 피해자의 아버지이자 최현수보다 더 나쁜 오영제가 복수를 준비한 기간이자, 살인범의 아들 최서원이 자기자신으로 돌아온 기간이다.

2. 주인공

-최현수 : 유망한 야구선수였다가 불의의 사고로 은퇴하고 세령댐 보안업체 직원으로 근무하던 중 우연히 음주상태에서 차를 몰다가 피해자 오세령을 치었고 그녀의 입을 막으려다가 우발적으로 죽인 다음 세령호에 빠뜨린다. 여기에 댐 수문을 열어 주민들을 몰살시킨 점, 아내 강은주를 죽인 점, 오세령의 아버지를 죽인 점까지 모두 유죄로 인정되어 사형선고를 받는다. 그러나 오세령에 대한 범죄 외에는 그가 저지르지 않았거나 정당방위에 해당하거나 기대가능성이 없는 행위였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진다.

-오영제 : 아내 문하영과 딸 오세령을 상습적으로 학대하였고, 최현수가 오세령을 죽인 사실을 안 뒤에는, 최현수의 아내 강은주를 죽이고, 최현수가 보는 가운데 최현수의 아들 최서원을 댐에 빠뜨려 죽일 계획을 실행하고, 실패하자 7년간 복수를 기회를 엿보다가 끝내 체포된다.

-안승환 : 최현수의 직장 부하로서 최서원과 한 방을 쓴 인연으로 고아가 된 최서원을 돌보고 진실을 파헤치며, 최서원을 오영제의 복수로부터 보호한다.

3. 문장

나는 빛의 바다에서 홀로 섬이 되었다.

경험이 가르친바, 호의는 믿을 만한 게 아니었다. 유효기간은 베푸는 쪽이 그걸 거두기 전까지고, 하루짜리 호의도 부지기수였다.

술기운이 돌자 현실이 그로부터 훌쩍 물러났다. 자책과 혐오가 꼬리를 내렸다. 실다 보면 별일이 다 일어난다. 그게 인생 아니겠는가

출근하고, 퇴근하고, 월급받고, 승진에 매달리고, 한 집안의 가장 노릇하는 미래가 제 앞에 있었어요. 그것이 삶이긴 하겠지만 과연 나 자신일까, 싶었던 거죠. 나와 내 인생은 일치해야 하는 거라고 믿었거든요

아저씨의 소설은 비루한 삶의 명분마저 앗아갔다. 꼼짝없이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내 삶이 그 많은 목숨과 바꾼 것이라는 진실을.

남편은 세상에서 가족을 가장 소중히 여기는 사람입니다. 처음엔 그것이 가족에 대한 사랑이라고 여겼습니다. 나중에야, '자기 것'에 대한 병적인 집착이라는 걸 깨달았지요. 그에게 아내와 아이는 '자기 것'의 핵입니다.

4. 소감

사건 전개가 숨막힌다. 일요일 우연히 책을 잡았다가 월요일까지 2일도 안 된 시간에 다 읽었다. 오영제의 잔인함이, 최현수의 두려움이 선명하게 다가온다. 잠수에 관한, 야구에 관한 전문지식도 돋보인다. 진실을 파헤쳐가는 과정이 적나라에게 드러나고 의심이 사실로, 사실이 허위로 밝혀지는 순간 절로 탄식이 난다.  교통사고에서 출발하여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 최현수가, 치밀하게 보복살인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오영제에게 괴로움을 당하는 모습에서 긴장감이 최고조에 달한다. 늦은 밤에 읽으면 무서우니 피하시길 바란다. 

 

               2012. 1. 15. 진주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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