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인문)

함양과 체찰을 읽고

자작나무의숲 2011. 11. 23. 08:00

신창호 <함양과 체찰>을 읽었다. 저자는 고려대학교에서 중용의 교육론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현재 고려대학교 교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 책은 퇴계 이황의 마음 공부법을 퇴계의 저서와 편지를 통하여 살피고 있다. 함양이란 학식을 넓혀 심성을 닦는 것이고 체찰은 몸으로 익혀 실천하는 것을 일컫는 말이다. 내용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최고의 지도자는 태평한 세상에 대해 걱정하고, 현명한 임금을 위태로이 여깁니다. 현명한 임금은 남보다 뛰어난 자질이 있고, 태평한 세상에는 걱정에 대한 방비가 없습니다. 남보다 뛰어난 자질이 있으면 자기만의 지혜로 나라를 다스려야 하고 여러 신하를 가벼이 여기는 마음이 있게 됩니다. 걱정에 대한 방비가 없으면 교만하고 사치하는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이는 두려워할 만한 일입니다.

 

일찍부터 우리나라의 선비 가운데 뜻이 있고 도의를 구하는 사람들이 세상의 화를 면치 못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은 나라의 땅이 좁고 인심이 각박하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행함에 있어서 부족한 점이 있어 그렇다 할 것입니다. 그 미진함이란 다른 무엇이 아닙니다. 아직 공부가 무르익지 않았는데 지나치게 높은 자리에 처했다거나 시대를 헤아리지 못하면서 세상을 다스려보겠다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이는 반드시 실패를 가져오는 길입니다.

 

훌륭한 사람은 선함을 행함에 있어 그것이 "명예를 구하는 것이라는 혐의가 없어야 한다"는 경계의 마음은 참으로 자신을 깨우쳐주는 좋은 약이라고 생각합니다.

 

옛날에 연평이 말했지요. "이치는 일상생활을 익숙하게 운영하는 가운데 있다."

 

물의 본성이 무엇인가요? 맑고 유유히 흐르는 것 아니겠습니까! 물이 흙 찌꺼기를 만나게 되면 흙탕물이 되어 흐려지고 험준한 곳을 만나면 물살이 급해지거나 거세게 일어납니다. 그러나 그것을 물의 본성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물이 아니라고도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단지 물이 만난 것이 달랐을 뿐입니다. 그러므로 타고난 기질이 악한 것이 마음의 본래 모습은 아니라고 해도 본성의 이치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정자는 "공부는 몸에 베이게 익히는 작업이 중요하다. 익히는 일은 어떤 것이건 하나에 전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정신집중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증자는 "다른 사람에게 정성을 다하였는가, 친구에게 신의로 대했는가, 열심히 공부하였는가."를 하루에 세 번씩 생각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살핀다고 했습니다.

 

허심탄회한 태도로 그 의미를 차근차근 살펴야 하며, 뜻을 살필 때는 같은 것 가운데도 다른 점이 있음을 알아야 하고 다른 것 가운데에도 같은 의미가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두 가지로 나누어 보더라도 나누지 않았을 때의 본래의 의미를 해치지 않아야 하며, 한 가지로 합쳐 살피더라도 실제로는 서로 섞이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빠짐없이 두루 살피게 되어 한 쪽으로 지우침이 없습니다.

 

큰 지혜가 있는 사람, 큰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세상의 거센 흐름에서 벗어나서 바른 길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2011. 11. 23. 진주에서 자작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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