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단상

망진산에 오르며

자작나무의숲 2011. 4. 10. 11:29

집 뒤 망진산에 올랐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

연암공업대학 입구에 이르는 먼 길은 다음에 가기로 하고

석류공원으로 가는 가까운 길을 잡았다.

벚나무와 목련나무는 벚꽃과 백목련을 피우고 있었다.

새들은 자기들끼리 재잘거렸다.

벚꽃과 백목련 중 어느 것이 더 아름다운지는 말할 수 없었다.

아름답고 추한 것만 알 뿐,

누각에 올라 남강을 바라보니 

갚아야 할 빚은 망진산 같이 쌓여 있는데

또 다른 은혜가 햇살처럼 내려 오고 있었다.

산을 오르는 노인에게 인사를 한 다음 桃花 같이 생긴 꽃을 가리키며

저게 무슨 꽃이냐고 여쭈었다.

그는 눈이 침침해서 잘 모르겠다고 하였다.

그러면서도 그 옆에 있는 꽃은 목련화라고 하였다.

나의 행복이 남의 불행에 관계한다면 나는 기다릴 것이다. 그가 행복할 때까지

나의 행복이 남의 행복과 무관하다면 나는 기다릴 것이다. 우리가 연결될 때까지

나의 행복이 남의 행복으로 이어진다면 나는 맘껏 누릴 것이다.

 

          2011. 4. 10. 진주에서 자작나무

(2011. 4. 12. 아침 2시간에 망진산 정상을 다녀왔다. 여전히 벚꽃과 백목련 중 어느 것이 더 아름다운지는 말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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